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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채용서 조작 개입 정말 안했나 ​

'채용 비리'와 관련해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 지난 19일 첫 재판을 받았다.

​조 회장 등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 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차별 채용으로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 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 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성 차별 채용 수치의 경우 월등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에 대한 점수를 조작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그러나, 그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합격권이 아닌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남녀 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추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신한은행 인사 실무자들은 인사부장 지시로 탈락자를 서류전형에서 합격시켰다고 증언한 상황이다. 감사 과정에서 허위 합격자 문건 작성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고 문건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피고인들과 공소사실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채용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지원자의 결과를 알려달라고 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을 통해 다른 피고인과 부정채용을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인사팀은 외부청탁자와 신한은행 임원, 부서장 자녀들 명단을 별도로 관리했다. 외부청탁자는 국회의원, 재력가, 금감원 관계자 등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이 포함 돼 있었는데 이는 '특이자 명단'으로, 은행 임원, 부서장 자녀들은 '부서장 명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금융감독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채용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게 했다는 혐의도 그는 부인했다. 신한은행은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작년 12월, 채용 대행업체에 공문을 보내 불합격자 정보를 지워달라고 요청해 삭제했다. 지난 6월 검찰은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했다. 확인 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송곳으로 훼손했다.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담긴 녹취도 나왔다. "컴퓨터도 갈았다. 자료를 지웠다"고 말한 신한은행 한 간부의 음성이 나왔다.

법정으로 향하는 그의 표정이 찍힌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첫 재판 때는 조금 나았지만 지난 달 10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던 그의 모습은 거의 초죽음이 된 모습으로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채용 비리는 신한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벌어졌다. '4대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채용 비리와 관련 신한은행에서 밝혀진 내용들에 대해 '비리의 종합판'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채용비리 혐의가 인정 돼 관련자들이 징역형을 받았다. 당초 금융권에선 무죄 판결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으나 범죄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다. 기소된 피의자 전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10월 27일, 서울남부지법은 KB국민은행 채용비리 관련자들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다른 은행도 비슷한 처벌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도 KB국민은행 판결을 통해 잘못된 관행이라는 점은 명시됐다.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관련 재판은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해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가 가볍다고 판단했다.

KB국민은행에 대한 판결로 다른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다른 재판부도 이 재판 결과를 참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에는 우리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공판이 진행됐다. 전 은행장 등 현직 임직원 4명이 재판을 받았다. 오는 23일에는 KEB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된다. 행장을 비롯해 7명이 업무방해와 남여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지난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모두 "회사 이익을 위해 불가피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법정에서 회사 이익을 위해 출신 지역이나 학교를 고려했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최고경영자의 직접 개입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위법행위 과정에서 CEO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최종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동일하다. 조 회장 등의 다음 재판은 12월 4일 열린다.

채용 비리는 공정한 기회를 박탈한 사건이다. 점수를 조작한 채용과 관련한 비리 사건이다.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이 된다. 조 회장은 점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큰 범죄다. 조작이란 거짓이 개입되는 것이다. 조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가 아닌 중형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 상태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 그 중에는 이 일과 엮였던 피해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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