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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예고없이 퇴임 밝혀.."창업 길 갈 것"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63)이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이 2019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 말미에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룹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된 세션 후,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올려 퇴임을 공식화했다.

별도의 퇴임식은 없다고 코오롱측은 밝혔다.

서신에서는 그의 성품과 감성, 더불어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뭍어 있다.

그는 서신에서 "부친 故 이동찬 회장도 21세기 새로운 사업은 새로운 세대가 맡아야 한다고 말하셨다. 아무도 예상 못했을 때 그렇게 코오롱을 떠나셨다"며 "저도 같은 생각이다.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낼 변화를 위해 이제 제가 떠날 때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라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며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공유 경제와 사물 인터넷 등 이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살고 뒤처지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그는 "코오롱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 달려왔지만 그 한계를 느낀다"며 "내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앞을 보는 시야는 흐려져 있고 가속 페달을 밟는 발엔 힘이 점점 빠진다. 불현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며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변화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퇴임 서신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원하는대로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또한 뭍어나고 있다.

"우리는 10년 전이나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시무식 때마다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장기 전략은 실체가 희미하다.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저 너머까지 꿈을 꾸려 하지 않는다. 그 꿈을 실행할 계획은 디테일하지 않다. 'Next me 없이 미래는 없다'라고 그렇게 외쳐도 메아리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Cross Functional Communication'과 'Open it'을 통해 소통과 혁신의 힘을 조금씩 체감하기도 했다. 성공퍼즐세션의 무대에서 공유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은 일보 전진의 추진력이 됐다"며 "이 3가지는 코오롱 그룹이 영속하는 한 우리 기업문화의 핵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더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아달라. 더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봐 달라"며 "저는 벌써 성공의 가속도를 높여가는 여러분을 상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퇴임에 따라 지주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코오롱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 위원회를 둬 그룹의 아이덴티티,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간 협력 및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한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 년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CEO라인을 구축해왔다"며 "젊은 CEO들이 그룹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오롱그룹은 2019년도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한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 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 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COO는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등 여성 인력에 대한 파격적 발탁이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래;코드, 시리즈 등 캐주얼 브랜드 본부장을 맡아온 한경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으며, ㈜코오롱 경영관리실 이수진 부장이 상무보로 발탁 돼 그룹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재무 분야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등 바이오신약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수정 상무보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장품사업TF장 강소영 상무보는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이로써 코오롱그룹은 2013년 그룹 최초로 여성 CEO를 배출하는 등 10년째 여성 임원의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0여년 동안 대졸 공채 진행 시 여성 인력을 30%이상 지속적으로 뽑아오고 있으며 여성 멘토링 제도 운영 등 여성 리더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