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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편의점 자율규제안 승인...과밀해소에 도움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고 폐점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4일 편의점 자율규약안을 승인했다. 경쟁사 간 출점 거리 제한은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결정됐다.

출점·운영·폐업에 걸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율 규약은 전국 편의점의 96%에 적용된다. 제대로 이행된다면 포화상태인 편의점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자율 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에 따라 지난달 30일 소회의를 통해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편의점 자유규약안에 대해 편의점 업계와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편의점 업계와 실제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 간에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편의점 수가 4만개를 넘어섰고, '한 집 건너 한집'이 편의점이라고 할 만큼 과도한 출점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마련된 이번 자율규약이 과밀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출점‧운영‧폐점에 걸친 자율 준수사항 담은 자율규약안=이번 자율 규약은 가맹분야 최초 사례로,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점→운영→폐점에 걸친 업계의 자율 준수 사항이 담겼다.

출점 단계에서는 근접 출점을 최대한 하지 않기로 했다.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를 담지 않고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 제한은 담배사업법과 조례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50∼100m다.

원칙적으로 경쟁사끼리 50∼100m 출점 제한 거리를 두지만, 유동인구가 많거나 밀집된 상권이라면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업체들은 가맹 희망자에게는 경쟁 브랜드 점포를 포함한 인근 점포 현황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직전 3개월 적자가 난 편의점에 오전 0∼6시 영업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당한 영업시간 금지도 규약에 담겼다.

폐점 단계에서는 가맹점주의 책임이 아닌 경영악화 때 영업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희망폐업'을 도입한다.

자율 규약은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5개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도 동참해 국내 편의점 96%(3만8천개)에 효력이 발생한다.

아울러 이번 규약에 담기지 않은 명절·경조사 영업단축 허용, 최저수익보장 확대 정도 등은 상생협약 평가 배점 신설을 통해 달성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옴부즈만 제도도 신설해 자율 규약 이행 실태에 대한 현장의 의견과 애로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에 자율규약에 참여한 6개 사의 편의점 점포수는 국내 전체 편의점의 96%인 3만8000여개에 달해 출점 제한 효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 편의점 업계 ‘이정도면 실효적’...일부 ‘반시장적 조치’‧점주 대체로‘아쉽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대외적으로는 '이 정도면 실효적'이라고 수용하는 가운데 내부 일각에서 '반시장적 조치'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점주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주류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이 과밀화된다거나 무분별하게 출점한다는 내용은 업계에서도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근접출점을 제한한 이번 대책은 실효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시장적 조치',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업계와 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조율해오면서 업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내 건물을 가지고 편의점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개입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반시장 경제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폐점 위약금도 현재도 실질적인 부과율이 6∼7%밖에 안 되는 최소한의 계약상의 도구"라며 "이번 대책은 장사가 안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장사를 잘 하는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혹평했다.

반면, 점주들은 담배 소매점 거리 제한이 준용된 것으로는 과밀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며 이번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계상혁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당초에는 동일 브랜드에서 출점 제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 250m를 타 브랜드에도 적용할 것을 주장해왔지만 거리를 지정할 수 없다고 해서 담배 소매점 거리 제한을 준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150∼200m는 돼야 확실한 상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지운 전국편의점가맹점 협회 사무국장도 "점주들은 최소한 200m 정도의 거리 제한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점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담배 소매점 거리 제한 자체가 영업권을 보장한다는 느낌은 아니라 만족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거리 제한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한다"며 "점주 책임이 아닌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방안을 명문화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