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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대출, 대기업 줄고 중기 늘어…내수부진에 대출 의존 증가

올해 들어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대기업 대출은 감소하고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 때문에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9월 말 16조7천27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천875억원 줄었다.

9월 기준으로 비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줄기는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비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0조5천923억원으로 같은 기간 26조6천915억원 늘었다.

9월까지 봤을 때 비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래 가장 컸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보면 비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1∼3월까지 '플러스'였다가 4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9월 기준으로는 1년 전보다 0.1% 감소했다.

반면 비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올해 매달 30∼4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9월에는 33.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은행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뜻한다.

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높은 터라 신용도가 낮거나 은행 대출 한도를 모두 채운 차주들이 비은행 대출에 주로 의존한다.

비은행 중소기업 대출 증가는 내수 부진, 부동산 임대사업자 증가,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기 부진 여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 이익이 줄고 있지만 생계 때문에 영업을 접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영업을 위해 비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 대출 감소는 투자 수요 감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대출 여건이 좋지 않은 비은행까지 무리하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은 비은행 대출 외에도 회사채 발행, 은행 대출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은행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은행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대기업보다 두드러졌다.

9월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6조3천76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조4천746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89조278억원으로 35조5천772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중소기업이 6.8%로 대기업(1.4%)의 5배에 달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기업은 생존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규 투자는 꺼리기 때문에 비은행 대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중소기업은 생존 때문에 불리한 대출 여건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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