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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저임금 근로자 임금 줄고·영세기업 생산성↓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더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는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규모가 작거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업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과 함께 업종별 구분적용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업종과 기업 규모별로 다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한은이 14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최저임금과 생산성: 우리나라 제조업의 사례'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전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생산성과 임금,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달랐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최저임금 미만·영향자의 비율이 증가하면 이들 임금은 떨어졌다.

이는 최저임금영향률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영향률이란 총임금근로자대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로, 최저임금의 1.2배 이하를 받는 근로자가 대상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영향률도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다만 고임금 근로자 비율 등 기업별 임금 분포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 산업 여건도 영향이 있다.

최저임금영향률이 5% 상승할 경우 업종별 생산성 변화를 보면 의복·의복액세서리·모피제품은 생산성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죽·가방·신발과 가구, 비금속광물 등도 마이너스가 됐다.

반면 금속가공과 자동차·트레일러, 1차금속, 식료품 등은 생산성이 개선됐다. 제조업 전체로는 생산성이 높아졌다.

고용 측면에서 최저임금영향률이 큰 업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이 상용근로자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또, 사업체 규모별로는 작은 기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모든 유형 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육 위원은 "정부에서도 업종별, 연령별, 고용규모별 특수성을 감안해서 최저임금 제도를 바꿔야 하는 논의가 있는데 그와 관련된 연구"라며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고용과 임금,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진 유통업 등 서비스업과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2017∼2018년은 제외됐다.

한은은 이날 발간한 BOK경제연구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에서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월평균 급여가 각각 1만2천원, 1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월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1시간과 2.3시간 줄었다.

최저임금 미만자는 그해 초 기준 시간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경우다. 최저임금 영향자는 당해연도 임금이 다음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경우다

이 기간 최저임금 미만자(영향자) 월평균 근로시간은 178.4시간(177.9시간)의 1.1%(1.3%)가 줄어든 것이다. 급여는 월평균 83만원(89만원)의 1.45%(1.1%) 수준이 감소했다.

최저임금 미만자(영향자) 비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이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월평균 급여차가 8천∼9천원(6천원)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현재 급여차 197만원(196만원)의 0.4%(0.3%) 수준이다.

임현준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분석대상 기간에 비해 2018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확대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미만자(영향자) 비율 상승폭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영향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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