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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하이트진로 '일감몰아주기', 2세 승계 작업에 위기

하이트진로 총수 일가와 경영진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회사 법인을 비롯해 박문덕 전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 김인규 대표이사, 김모 상무 등 경영진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엔티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했다고 해석했다. 하이트진로의 인력 지원(5억원),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코일 통행세 지원(8억5000만원), 밀폐 용기 뚜껑 통행세 지원(18억6000만원), 하도급 대금 인상을 통한 지원(11억원) 등이다. 서영이엔티에 여러 방면을 통해 일감과 이익을 몰아준 것이다. 1캔당 2원의 통행세를 붙여줬다. 이같은 지원을 받은 결과, 서영이엔티는 10여년간 맥주캔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에서 맥주 캔을 구매해 왔었다. 그런데, 구매 과정에서 서영이엔티를 끼워넣은 것이다. 유통 과정이 삼광글라스로 부터 받던 것을 삼광글라스로 부터 서영이엔티, 이후 하이트진로가 되도록 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8년 서영이엔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하이트진로가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파악했다. 통행세 지급으로 서영이엔티의 매출은 4년 간 142억원에서 855억원으로 6배 이상 폭증했다.

계열사 서영이엔티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은 이유에 대해 검찰은 총수 2세인 박 부사장이 지분을 과반(58.44%) 보유한 서영이엔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27.66%)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수백억원대로 불어나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봤다.

공정위가 하이트진로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적발한건 작년 1월이었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는 혐의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모두 자백했다.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라고 발뺌하다가 물러설 곳이 없게 되니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다. 공정위는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하이트진로 79억5000만원 / 서영이엔티 15억7000만원).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29일 재판에 넘겨지게 된 것이다.

이 일은 승계 문제가 걸려있는 하이트진로에 있어서는 위기 상황이다. 박 부사장이 재판 결과를 통해 위법 판단을 받게 되더라도 경영권 승계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나, 승계 작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 문제다. 서영이엔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일가가 지분 99.9%를 보유한 가족 회사다. 하이트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다.

박 부사장이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된다면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승계 과정에서 주주 등의 동의가 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하이트진로의 평판이 좋지 않게 되면,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총수 일가는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사용해 부당 지원했다. 이는 공정 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이다. 서영이엔티의 이익을 늘려주기 위해 쓸데없는 통행세 부분을 만들고 사람을 지원해주기도 하는 등 많은 수법을 썼다.

실적과 관련, 증권가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해당 일은 하이트진로의 승계 작업에 있어서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