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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디지털·글로벌 양날개 달고 혁신 추구"

과거 하나은행·외환은행이 통합된 KEB하나은행이 지난 2009년 9월 출범 한 이후, 2대 은행장은 지성규 은행장이 맡게 됐다.

그는 기자 간담회 전, 기자들과 일일히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사에서 본 그의 모습은 강직했고 겸손했으며 열린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느꼈다.

지난 21일 오후, KEB하나은행 을지로 신축 본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 은행장은 "국내 은행들이 극심한 경쟁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정된 영역에서의 첨예한 경쟁을 벗어나 글로벌로 영토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수익을 끌어올려 새로운 성장모멘텀으로 만들어내는 은행만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은행 산업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현지화 이룰 것이라고 했고 현지 밀착형 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과 전혀 다른 산업이라 하더라도 창의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면, 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 은행장은 "이종산업 간 협업과 융합을 할 것이다. 국내 은행이 전혀 생각치 못한 일을 저희가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해외에서 리테일 뱅크를 성공시킨다는건 매우 어렵다. 메이저도 성공한 예가 드물다. 리테일 뱅크라는 본질이 기본적으로 장치 산업이고 많은 네트웍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의 발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물리적인 오프라인 브랜치를 내지 않고도 리테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건, 은행의 본질을 가지고는 도저희 할 수 없다. 해외 리테일 뱅킹의 새 시장을 열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기 비전에 대해 "왼쪽 날개는 '디지털'을 달고 오른쪽은 '글로벌' 달아,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나갈 것이다"라며 "더불어, '소통과 배려'라는 두 바퀴를 땅에 붙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기반 위에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그런 부분에도 집중할 것"이라며 "디지털을 이뤄, 은행을 넘어서는 탈바꿈을 진행할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회사로 태어나는 일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 은행장은 "세대 교체는 연령 교체가 아닌, 새로운 생각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글로벌, 양 날개를 달게 된다면, 이것은 틀림없는 세대 교체다"라며 "두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다면, 이런 사람이 저와 함께 새 세대로 나가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세대 교체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국내서 더이상 전통적인 영업방식으로는 새 수익원을 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래성장동력을 얻기 위한 구조적 혁신으로 디지털 전환은 숙명과도 같다"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손님 관리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손님의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특히, 모바일을 상품과 서비스의 핵심 채널로 만들 것이며 직관적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1200명의 디지털 전문 인재 육성해 은행 전반에 디지털 DNA를 전파하고 외부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등 신기술 역량 확보에도 힘쓸 계획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관련, "손님을 기반으로 한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커머셜 뱅크에서 정보회사로 저희의 본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건 다른 국내 금융기관이나 은행이 추진하는 하나의 툴로서의 디지털 전환과는 차별화 된다"며 "예로, 오는 4월부터 대만서 시작될 '글로벌 로열티 네트웍(GLN)' 서비스는 여러가지 포인트를 모아 세계에서 캐쉬처럼 사용하게 된다. 커머셜 트레디셔널 뱅크에서 새 결제 시스템을 세계에 전하는 정보회사로 거듭나는 하나의 예"라고 전했다.

경기 악화에 따른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리스크는 은행 산업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 중 하나다. 크레딧 비용의 특성은 주기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많아지고 적어지기도 한다"며 "최근 2년간 은행 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기업의 부도 위험이 많이 준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주기성으로 인해 크레딧 코스트가 언젠가는 또 오를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연말까지가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저희는 이미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 오고 있다. 크레딧 코스트가 많이 올라가는 부분이 소호 쪽에 리스크가 많다. 이 부분에 있어 채권 보조가 경쟁 은행 대비 많이 이뤄져 있다"며 "소호 부분의 리스크 관리는 현장 중심 관리를 시작했다. 직접 가서 보고 있다. 이것이 크레딧 코스트를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 "대기업이나 외부 감사를 받은 기업은 데이터가 있으나, 소호는 없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히 하고 있다"며 "또한, 가게 부분도 조금 걱정을 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 상당히 불안정해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저희가 아파트라던지 주택 담보로 가지고 있는 가게 여신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시나리오별로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지 은행장은 "손님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손님불편제거위원회'를 비롯, 개선점을 주기적으로 챙기겠다"며 "제도, 프로세스의 불편사항은 은행장이 직접 듣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나친 의전문화를 벗을 것이며 실용적 문화가 뿌리내기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투자와 관련, 리스크가 많이 쏠려 있는데 그에 대한 대처에 대해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라며 "내부적 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아무리 투자수익률이 높게 예상되고 좋다고 해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현장에서 느낀건, 미묘한 매력이 있는 나라다. 가장 큰 특징은 중국 정부의 효율성이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이 나라에서는 이뤄진다. 만약, 한국서 일어났다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일이 중국서는 해결이 된다"며 "중국 정부의 효율성 측면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저희가 중국에 투자한 부분은 잘 돼 있다. 대표적으로, 길림은행 같은 경우, 2-3년 내 상장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저희가 투자한 금액의 2배 이상 수익이 나고 있고 만약 상장이 되면,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 미래 타겟에 대해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미 많이 성숙해 있다. 이 부분은 새 진출보다는 이미 투자해 놓은 것을 어떻게 협업하고 융합으로 승화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가시적 결과가 올 해와 내년에 계속 나올 것이다. 최근, 길림시에서 한 딜에 60억 정도 이익이 나는 것을 따냈다"고 전했다. 그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에 임기 2년간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다"라며 "거기에서도 저희가 10년 전, 중국에 앞서 나가면서 했던 일들을 한국계 은행들을 대표해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 화학적 결합이 됐는지 갑론을박이 있다"란 언급에 대해 "통상 PMI(인수후 통합관리)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인내를 요구한다. 특히, 한국은 서구와는 많이 다르다. 대등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PMI가 형식적으로는 거의 됐다. 올 해, 양 노조 위원장이 한 노조위원장으로 되면, 외형상으로는 PMI가 끝난다. 정서적 부분으로는 공동의 목표와 양 날개(디지털과 글로벌)의 혁신으로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과 갈등이 있었는데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란 언급에 "외부에서는 감독 당국과 갈등이 있는 것으로 많이 비춰졌는데 제가 은행장이 되서 보니, 견해의 차이이지, 그건 아닌거 같다"며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 금융, 은행 산업 발전을 위해 감독 당국과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이 서로 잘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지 은행장은 답했다.

이 같은 언급이 나온 이유는 최근, 함 전 행장의 3연임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관치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 2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들을 불러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발언했고 이후, 함 전 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냈다. 이에 감독당국이 그의 퇴임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는 오는 25일 함영주 전 은행장과 금감원 방문 예정이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