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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기 '둔화'→'부진' 우려강도↑…대내외 수요 위축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기가 부진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려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KDI는 7일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둔화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다만 이는 전망이 아닌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로 '급락'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KDI는 소비와 수출, 투자,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KDI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월 -2.0%를 기록했고, 설 명절 이동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으로는 1.1%를 나타냈다. 작년 같은 기간 평균인 4.3%와 작년 4분기 3.0%보다 부진한 수치다.

KDI는 이와 관련해 "소매판매액은 설 명절 이동의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고, 1∼2월 평균으로도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DI는 "설비투자 감소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부진해 26.9% 감소했다. 1월 -17.0%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3월 자본재수입액은 -24.3%를 기록했다. 전월(-35.9%)보다는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향후 설비투자 개선 흐름이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2월 건설기성(불변) 역시 건축과 토목 부문 부진이 지속하며 10.6%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 역시 26.6% 줄어들었다.

3월 수출(금액 기준)은 8.2%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류를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를 나타내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2월 수출물량지수도 -3.3%를 기록해 1월 증가(0.7%)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는 "광공업생산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둔화했다"고 판단했다.

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며 1월(-0.2%)보다 낮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출하가 큰 폭으로 감소(0.8→-4.0%)하고, 수출 출하도 감소를 지속(-2.4%→-0.1%)하면서 2.4% 줄어들었다.

제조업 재고율도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인 114.5%를 기록했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 등이 감소로 전환해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1월(2.3%)보다 낮은 증가율이다.

1∼2월 평균 서비스업 생산(1.2%)은 작년 12월 1.4%에 비해 증가세가 소폭 축소됐다.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 동향 지표가 악화하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현재 경기상황 지표)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도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KDI는 2월 26만3천명 증가한 고용과 관련해서는 "정부 일자리 사업 등 영향이 일부 반영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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