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4일 내놓은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내놨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인 이번 추경은 '미세먼지'를 맨 앞에 내세웠지만 재원 재분을 보면 '민생' 지원을 목적으로 삼은 경기 대응에 무게가 실렸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올해 성장률 목표 2.6∼2.7%를 달성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하반기 경기 회복 추진력을 만들어 올해 GDP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미세먼지‧경기침체에 대응=우리 경제의 대들보인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고, 투자 부진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2∼3월 취업자가 20만명 넘게 늘었지만, 제조업은 고용 침체에 빠져 있다.
그 결과 이번 추경의 재원 배분은 경기 대응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 6조7천억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조5천억원이 선제적 경기대응과 민생경제 긴급 지원에 할당됐다.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재원 배분은 ⅓인 2조2천억원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산불 대응이 중심이 된 안전투자를 뺀 실제 미세먼지 예산은 1조5천억원으로 전체 추경의 22%를 차지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면한 경기 하방 위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서민경제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이고 보다 과감한 경기 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으로 정부 성장률 목표 달성 쉽지 않을 듯=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추경안 중 지역 기반 SOC 확충, 친환경 설비·공기청정기 보급, 취약 계층 인건비성 투자는 효과가 크지만 수출이나 벤처 융자는 규모에 비해 효과가 낮다"며 "4개 분기에 걸쳐 나타나는 효과는 올해 ⅔가 발생해 0.1%포인트인 약 1조5천억원 정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0.1%포인트로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약발'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8일 2.5%로 0.1%포인트 내렸으며, 국내 연구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을 내렸거나 하향을 검토 중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1일 기존 전망(2.5%)에서 0.2%포인트 낮춘 2.3%를 제시했다. 이 전망은 이번 추경으로 0.1%포인트 제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작년 11월 2.6% 전망을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한국 경기 판단을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꾸며 하향 조정을 시사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금융사들은 더 비관적이다.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은 1.7%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를 각각 제시했다.
이러한 전망을 종합하면 정부 분석대로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린다고 하더라도 목표치인 2.6∼2.7%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도 추경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목표치의 하단인 2.6%를 언급하며 "추경만으로 달성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추경과 함께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 또는 그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보강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안, 국회도 변수=추경안이 조기에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점도 변수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하자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여서 추경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추경의 핵심인 집행의 '타이밍'과 '속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작년 정부가 제출한 3조8천억원 규모 청년일자리 추경안은 이른바 '드루킹 사건' 정국으로 국회가 멈춰 서면서 제출 이후 45일 만에야 통과됐다. 2017년 11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도 역시 통과에 45일이 걸렸다.
정부가 분석한 0.1%포인트는 내달 추경안 통과를 가정한 결과다.
이호승 1차관은 "통과 시점이 늦어지면 전체 효과는 같더라도 올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