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다음 세대 책임감에서 나온 셀트리온의 중장기 사업 계획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smpark@)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9.05.17 17:42:45

지난 16일, 인천광역시청에서 진행된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인 셀트리온의 중장기 사업계획 발표 자리에서 본 서정진 회장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 회사의 향후 계획에 대한 발표의 자리였지만, 기자에게 서 회장의 마인드에 대해 뭔가를 느낀 자리이기도 했다.

서 회장은 진솔했다. 어떻게 보면, 동네 아저씨 같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 해 대기업 집단 지정에서 셀트리온은 작년(38번째)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42번째였다. 셀트리온 밑에 네이버(45번째) 등이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을 세계 바이오·케미컬 의약품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셀트리온은 오는 2030년까지 약 40조원의 재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약 11만개의 일 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에 대해 이날 밝혔다.

서 회장은 4차 산업에서 가장 규모가 커질 수 있는 시장은 '유헬스케어'라고 했다. 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산시설을 20만 리터 가지고 있는데 100만 까지 되야 할 것이라고 했고 50억원 규모인 충북에 있는 오창 공장을 100억원 까지 키워야 한다고 했다.

유통망을 직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국은 오는 2022년 상반기까지, 캐나다는 오는 2021년 상반기까지 바꾸고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는 올 연말까지 갖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2조원이 들어가게 된다. 진단 장비를 포터블 형태로 바꾸는 것에는 6조원이 투자된다.

1단계는 오는 2021년까지, 2단계는 오는 2025년, 3단계는 오는 2030년까지 나눴다.

그가 이런 약속을 내놓은건,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5학년'의 생각인 것이다. 그는 "은퇴할 나이가 되니 알겠더라. 이제,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있다"며 "오늘 했던 도전과 약속이 새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외에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도 중요한 산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 회장은 "국가를 먹여살리는 것에서 가장 큰게 반도체 산업이었다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도 그만한 사업'이란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출발점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이날 이 같은 발표를 하기까지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서 회장은 "삼성그룹도 공격적 투자를 해, 두 기업이 이 산업을 만드는 데 동조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삼성그룹도 조만한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사업이 제2의 반도체 사업이 되게끔 촉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먹거리로 삼아 전략적으로 집중적으로 육성/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비메모리 분야에서 야심찬 도전장을 냈다"면서 "이어 제가 바이오헬스 분야서 도전장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지는 19년, 셀트리온이라는 회사가 시작된지는 17년이 됐다. 서 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했고 고생이 많았지만 10년간 밑바진 독에 계속 물을 부으니 채워졌다"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의 3개 제품이 98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상태다. 한 제품 당, 다 1조원 이상씩 팔릴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는 오는 2030년에는 매출에서 제약사 화이자를 넘을 수는 없겠지만 이익면에서는 거의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작년 매출은 55조원, 이익은 16조원 정도였다. 해당 시장의 규모는 1500조원이다. 화이자는 시장 1위다.

서 회장은 "바이오 산업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바이오헬스 산업이 많은 일 자리를 줄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송도에는 바이오 기업이 가장 많이 들어 와 있다"며 "인천이 바이오 분야가 밀집한 곳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말도 했다.

서 회장은 "생태계가 조성되야 한다. 그 한 축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벨리가 형성되야 한다"면서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실패하면 패가망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출발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10년 안에 세계 정상급의 바이오헬스 제약회사로 발돋음 해가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유령 회사의 사장이었던 제가 갑자기 재벌 총수가 됐다. 재벌 총수 짓(?)을 해보려 하기도 했다. 동창을 만나지 않고 성공한 사람만 만나보려 하기도 했다. 6년 6개월 해보니, 심심해서 못살겠더라"며 "서로 잘난척 하며 살 수 없는 것 아니냐. 전 계층의 삶을 살아봤는데, 돈 더 벌려고 사업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더라. 셀트리온의 이 같은 계획은 제가 돈을 더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 전 65세가 되면 은퇴를 할 거다. 기반 구축 후, 후배들에게 넘겨줄거다.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요즘 가장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이고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우측부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사진=박성민 기자>
▲(우측부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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