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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KDI "올 4분기나 내년 상반기가 경기저점“

한국 경기 상황이 내년 상반기에는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전망 브리핑을 열고 "수치상으로는 금년 4분기, 아니면 내년 상반기가 (경기) 저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성장률 전망치(2.4%)가 잠재성장률을 하회한다"며 "세계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수출 성장기여도가 상당히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실장, 정규철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내린 이유는.

-- 예상보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수출 감소에 따른 투자감소만 보면 2.6%보다도 훨씬 낮은 전망이 나올 것으로 봤지만, 수입 감소로 상쇄되는 부분이 있어서 2.4%로 전망하게 됐다.

우리나라 전반적인 경기가 수출에 좌우되는데 수출이 감소하면 내수가 위축하고 다시 수입이 감소하는 영향을 낳는다. 수출 감소에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순수출 기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 잠재성장률 하회하나.

-- 현시점 잠재성장률은 2.6∼2.7%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번 성장률 전망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 최저임금 인상 등 하방 위험에 따른 영향은.

-- 둔화 가능성을 판단해볼 때 0.1∼0.2%포인트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방 위험을 감안해서 중간값을 판단해 2.4%로 결정했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나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으면서 부정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방 압력에 따른 극단적인 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를 10만명대에서 20만명 내외로 상향 조정했는데.

-- (김 실장)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지난번에는 과도하게 봤다. 잘못 분석했던 것 같다. 지난해 7∼8월 고용지표가 급락한 상황에서 전망했는데 데이터가 모형에 과하게 잡혔다. 과도하게 분석한 것을 축소하고 서비스업, 그 가운데서도 보건·의료복지,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를 감안해서 10만명 정도 더해 전망에 반영했다.

▲ 올해 2분기 성장률 전망은.

-- 전기 대비 1.2%로 보고 있다.

▲ 경기 저점은.

-- 수치상으로는 금년 4분기, 아니면 내년 상반기가 저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2019년 숫자만 보면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내년에 회복 조짐이지만, 하반기 턴어라운드는 아니지 않겠느냐. 하반기 반도체 수요 증가가 설비투자를 끌어낼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로 성장률이 오른다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 성장세가 미약하면 경기가 회복되거나 크게 개선됐다고 판단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 하반기 구성지표가 많이 악화했지만 성장률은 유지된 이유는.

--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 하락에 대한 반작용이 들어있다. 또 1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오면서 재정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하반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 기여도 면에서는 내수, 특히 설비투자 관련 성장기여도가 낮아진다. 한국 설비투자는 수입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는데 투자가 감소하면 수입도 줄어드는 구조다. (투자와 수입 감소가) 상쇄하는 모습이 하반기 성장률을 수정하지 않는 배경이 됐다.

▲ 미중 무역갈등이 전망에 얼마나 반영됐나. 갈등 심화하면 전망치 내리나.

-- 미중 무역갈등 심화 시나리오는 지난번 전망에도 상당히 반영됐다. 지난번 전망과 반영 정도에 큰 차이가 없다. 미중 무역분쟁은 금년 전망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성장 패턴을 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하방 위험이다.

▲추가경정예산안 효과는.

-- 2분기 후반부터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가정했는데 추경이 늦어지면 올해 성장률 지지 효과는 약화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늦어지면 내년으로 이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5∼6월에 통과되면 올해 성장률이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생각하고 내년에도 0.2∼0.3%포인트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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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망했는데 디플레이션을 시사한 것인가.

-- 정의상 디플레이션이 당장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디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나 싶다. 다만 물가 상승 폭은 낮아지는 상황에서 명목금리는 같더라도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실질금리가 높아지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경기 위축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금리 인하를 권고하는 것인가.

-- 금리 관련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문 식견을 가진 위원들이 판단할 내용이다. 다만 2분기에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를 포함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전망에서는 금리 인상을 가급적 유보한 뒤 판단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고 이번에는 2분기 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를 한 차례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것에 대한 견해는.

-- 40%는 안정적인 관리지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넘어서면 안 될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사견으로는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세계 경제가 불안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채무비율을) 참고하기 때문에 그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성장률 기여도 어떻게 달라졌나.

-- 지난번 2.6% 전망했을 때 내수 기여도는 2.0%포인트, 순수출은 0.7%포인트로 봤다. 반올림으로 숫자는 차이가 난다. 이번 전망에서는 내수 기여도가 1.3%포인트로 떨어지고 순수출 기여도는 1.1%포인트로 높아졌다. 총수출 기여도는 1.6%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총수입 기여도는 0.9%포인트에서 마이너스 0.4%포인트로 낮아졌다.

▲ 단기적 성장률 제고를 정책성과의 지표로 인식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는데 누가 이 같은 태도를 갖고 있나.

-- 과거보다 성장률에 관해 관심이 너무 집중되고 있다. 큰 경향성을 보기보다는 0.1∼0.2%포인트 차이에 낙관과 비관, 성공과 실패 잣대를 두고 있다. 정부에서도 그런 조짐이 있고 언론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

▲ 환율 상승이 내년도 수출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 수익성이 개선된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제품차별화가 많이 되면서 가격 경쟁력보다는 제품 자체가 영향을 준다. 원화 가치 절하폭도 크지 않아서 이보다는 세계경기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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