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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인터넷 완전개방 등 요구에 무역협상 결렬

미·중 무역협상 결렬의 배경에는 중국 인터넷을 완전히 개방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으며, 중국은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무역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지난달 30일 중국 협상단을 이끌던 류허(劉鶴) 부총리는 베이징을 방문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조용히 만날 것을 요청했다.

작은 방에서 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눈 후 나온 세 사람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고, 이후 협상의 분위기는 점차 바뀌었다.

닷새 후인 이달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으로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입장을 밝혔고, 이후 중국 측이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히면서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협상에 관여한 두 명의 소식통은 당초 낙관적이던 협상 분위기가 이처럼 바뀐 데는 미국 측의 '추가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은 협상 막판에 끊임없이 새로운 요구를 추가했고, 계속 요구사항을 바꿨다"며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지만, 미국 측은 우리가 당초 약속을 철회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미·중 양측이 당초 130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중국 측이 이를 어기고 상당 부분을 뺀 채 103페이지로 줄어든 합의문을 미국에 되돌려주면서 무역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일부 요구는 중국의 정치, 사회적 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인터넷을 완전하게 개방하고, 외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이 데이터를 중국 내에 저장해야 한다는 법규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선택적으로 일부 영역을 개방할 수 있지만, 인터넷의 완전한 개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자국 내에서 차단하고 있으며, 외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이 저장한 중국 기업의 데이터를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의 '구매 확대' 요구도 협상 결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한해 1천억 달러 늘릴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즉시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하이테크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살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액화천연가스(LNG) 등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율 조작 문제도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환율 조작으로 무역 이점을 얻지는 않겠지만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일정 부분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중국 당국의 개입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시스템을 원했다는 얘기다.

이밖에 중국의 약속 이행 점검을 위한 미국의 검증 시스템 요구와 중국의 약속 불이행 시 추가 관세 부과, 미국의 중국 법규 개정 요구 등이 무역협상 결렬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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