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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회사 보다 '김치'가 중요했던 태광 총수 일가

오피니언에는 개인적 감정과 생각이 들어간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과 관련된 소식들을 보면, 화부터 치민다. 이제 기자도 취재 기자 직업을 나름 오랜 기간 해오게 됐다. 그 세월동안에 이 전 회장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참 오랫동안 들어오고 있다. 매번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과 관련한 내용에서 였다. 태광그룹에 대한 인식은 기자에게는 매우 안 좋다.

총수 일가가 사익을 챙기기 위해 회사와 직원들을 이용했다는 것에 할말이 없다. 많은 그룹이 그런 행태를 보이나, 태광그룹은 유난히 그렇다. 태광그룹은 비슷한 비리를 저지르는 다른 회사와 달리, 유난히 회사와 직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편법을 썼다. 물량을 나눠준 그 김치가 식품위생법 기준에 맞지 않는 '불량 김치'였다는 사실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부인과 딸이 100% 지분을 가진 '메르뱅'에서 와인 46억원 어치를 구매, 임직원들에게 선물용으로 사도록 했다. 계열사들에게 총수 일가가 100% 투자한 회사에서 김치를 2-3배 비싼 가격 구입하도록 했다.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을 구매하면서 배당과 현금을 통해 총수 일가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난 이익만 33억원이 넘는다.

이런 회사가 잘 될 수 있을까?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에 동원된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총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이는 내부 일감몰아주기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과정이 이처럼 이뤄졌던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3째 아들이다. 그에 대해 3차례의 대법원 재판을 통해, 기소 8년 5개월만에 징역형 실형이 확정났고 재판은 끝났다. 이 전 회장은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었고 법인세 9억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었다. 그는 구속 이후, 간암 등을 이유로 구속 집행정지에 이은 보석 결정으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버젓이 음주·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보석 취소가 이뤄졌고 그는 구치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아왔다.

올 해 초에 한 그룹 홍보팀장으로 부터 과거 자신이 한 기자와 전화 취재 중, 서로 언성을 높이던 상황에서 "기업이 그러면 되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는 말을 그와 식사 중 들은 적이 있다. 태광그룹은 섬유 사업을 기반으로 한 회사다. 흥국생명 등을 인수하며 그룹으로 발돋움 했는데, 회사가 참 깨끗하지가 않다. 직원들에게 억지로 김치를 팔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활용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하필이면 왜 또 김치인가. 기업이 기업으로서의 역할, 사람의 삶을 이롭게 하는, 또, 우리 주변을 윤택케 하는 그런 모습일 수는 없는가. 태광그룹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