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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사외이사 "누진제 완화안, 배임 가능성 낮춰야 의결 가능“

정부의 여름철 누진제 완화 개편안과 관련, 한국전력공사의 한 사외이사는 "정부가 한전의 손실 보전을 확실히 함으로써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을 낮춰야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앞서 대형 로펌 2곳에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처럼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부분은 한전이 올 1분기 6천억원 넘는 사상 최대 분기별 적자를 냈는데도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담을 연간 최대 3천억원가량 떠안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로펌이 배임으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사외외사는 누진제 완화로 인한 한전의 적자 부담이 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기요금은 일종의 소비재이기 때문에 유가 변동 등 연료비가 원가에 반영돼야 하며, 이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구입하는 만큼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 무더위에도 에어컨 냉방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계층은 따로 복지정책을 통해 도와야지 한전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론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는 최근 확정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18.6% 줄인다고 했는데 누진제 완화는 도리어 수요를 촉진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기 수요를 점차 줄여간다고 하는데 누진제 개편이 비록 여름철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전기 소비를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누진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정부 정책에 따라 누진제가 폐지될 수도 있다"며 "이래선 한전 입장에서 장기적 사업 전망을 세우기 어렵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에 이사회 의결을 보류한 것도 좀 더 시간을 갖고 데이터에 기반해 전반적 논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능한 한 이사회를 빨리 열어야겠지만 정부와 한전의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전과 산업부는 아직 누진제 개편에 따른 한전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임 문제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을 한전 약관에 반영하는 것이 배임에 해당되는지 부분은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진제 개편과 관련, 한전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기업으로서 '공익성' 측면과 뉴욕 증시까지 상장된 '기업성'이 부딪히는 딜레마이기 때문에 배임 여부도 결국 법원에서 판가름 날 문제지 로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한전 사외이사들이 우려하는 적자 보전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해 가급적 빨리 개편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측은 "7월 전에 결정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게 못하더라도 소급적용해서 7월부터 혜택이 가도록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이르면 이번주 초 임시이사회를 열고 누진제 개편안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