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여야 5당대표 "日보복 즉시 철회…비상협력기구 설치“

재경일보 윤근일 기자 윤근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9.07.19 10:03:36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18일 청와대에서 회동,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부당한 경제 보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특히 범국가적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5당이 함께하는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한다는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3시간에 걸쳐 회동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전례 없는 일본발(發) 경제위기 우려 속에서 대통령과 여야의 주요 정당대표들이 초당파적인 대응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 회담의 주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일 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놓고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의견이 표출되고, 문 대통령이 촉구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일부 야당 대표들이 요구한 한일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 또는 대일특사 파견 및 외교·안보라인 문책 현안을 놓고 접점이 나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對) 일본 대응조치의 구체적 방법론을 놓고 청와대와 각 정당이 어떻게 이견을 조율해나갈 지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은 이번이 4번째로, 작년 3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청와대 회동은 이번이 두 번째로,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 10일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와 단독 회동했었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은 3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동 끝에 4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발표문을 도출했다.

이들은 발표문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협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 외교적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밝혔다.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도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공동발표문에는 "여야 당 대표는 정부에 대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여야와 함께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추경안 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 들어가면서 여야 대표들에게 일본의 조치에 대한 공동대응과 함께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시급한 두 가지 문제를 오늘 중심 의제로 삼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초당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추경이 시기를 놓치지 않게 협력해 달라. 추경 통과 의지를 밝혀 준다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주문했지만, 야당 대표들은 구체적으로 발언하지 않았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이해찬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추경 처리가 공동발표문에 포함되지 못한 데 대해 굉장히 아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한일정상회담 개최 및 대일특사 파견 필요성에 대해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 이견도 노출됐다.

황교안 대표는 "조속히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 앉으셔야 한다"며 "대일특사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청했다.

손학규 대표는 "전문성·권위를 갖춘 이낙연 총리 같은 분을 특사로 보내 물꼬를 터달라"고 했고, 정동영 대표도 "조속한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며 "특사나 고위급회담 등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며,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대표와 고 대변인이 전했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도 입장차가 드러났다.

손 대표는 한국 정부가 먼저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황 대표도 동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예로 들며 "교훈을 얻을 부분이 있다. 양 정부 간 합의만으로 되는 게 아니며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과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같이 잘못된 합의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며 "당시 정부가 노력했지만 결국 합의 결과가 부정당했고, 피해자와 국민이 거부했다. 그 결과 합의를 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발생해 그런 방식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피해자 수용 가능성과 국민 공감대가 (강제징용 해법에서도) 가장 기본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그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을 강화하기 위해 '셔틀 외교'도 제안한 바 있다"며 "그래서 이번 일본 조치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야당 대표들은 정부가 감정적으로 일본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황 대표는 "정부는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라고, 손 대표는 "반일감정에 호소하거나 민족주의 대응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반일 감정은 스스로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또 황 대표는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을 청와대 회동 직전에 임명 재가한 데 유감을 표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정해진 청문 절차에 따른 보고 내용을 국회가 통보 안 해 재차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구했고, 관례적 절차에 따라 했다"고 말했다고 정동영 대표가 전했다.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8개월간 일본 문제 경고에도 이를 무시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외교·안보라인 경질을 요구했고, 정 대표는 일본의 경제보복 규탄 처리안과 추경안 국회 처리를 전제로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 국방장관 해임안 등이 그렇다"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 문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고 황 대표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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