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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준금리 인하에 아시아 신흥국들 줄줄이 금리 인하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0년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계기로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마찰 장기화로 세계경제가 한층 불투명해짐에 따라 금융완화를 통해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유출 우려가 엷어져 금리를 내리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벤자민 조크노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순 "(금리인하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며 앞으로 시기와 폭만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8일 열리는 금융정책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임을 강력히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월 회의에서는 물론 이후 열릴 차기 회의에서도 또다시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7일 금융정책회의를 여는 인도준비은행(중앙은행)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7일 회의에서 인하가 결정되면 인도의 금리인하는 2월 이후 4회 연속이 된다. 올들어 금리를 인하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한국 등도 재차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투자매력이 떨어져 통화가치 하락이나 자본유출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미국이 지난달 31일 금리인하를 결정함에 따라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져 신흥국 중앙은행에는 금리인하 여지가 확대됐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에 따르면 7월(26일 기준) 신흥국의 주식·채권시장은 유입이 유출 보다 많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0억 달러 규모로 외국 투자자금 유출이 이뤄지던 5월 중순에 비해 자본유출이나 통화 가치하락 우려가 완화됐다.

싱가포르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시장환경에서는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하를 서둘러 경제에 왜곡현상이 나타날 우려는 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높아 금리인하로 개인의 추가 차입이 이뤄지면 부채가 더 팽창할 우려가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경제가 더 악화할 경우 금리인하 여지가 없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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