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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하락한 품목 비중 30%로↑...디플레이션 우려↑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품목 가운데 가격이 내려간 것들의 비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한국은행은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품목의 비율이 제한적이라고 봤으나, 비율이 오름세인 만큼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비율은 29.8%(137개)다.

소비자물가에서 가격이 떨어진 품목 비율은 2012년 16.2%에서 2013년 25.6%로 급등했고 2014년 26.4%, 2015년 25.8%, 2016년 28.9%, 2017년 27.4% 등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이후 지난해 28.0%에 이어 올해 1∼7월(29.8%)에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올해에는 경기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만큼 국제유가나 농산물 등 공급 측면 요인 이외에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부진도 저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찍은 올해 8월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460개 품목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0% 미만인 품목은 151개로, 32.8%를 차지했다.

반대로 2013∼2014년에는 원화 강세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 농산물가격 하락이 저물가를 이끌었다. 2013년에는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가 급증하고, 서울대·고려대 등이 등록금을 인하하는 등 정책적 요인이 겹치며 품목 비중이 커졌다.

소비자물가

물가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를 봐도 소비자물가와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

근원물가 구성 품목 407개 가운데 가격이 하락한 것들의 비중은 2012년 15.4%→2013년 20.8%→2014년 20.2%→2015년 19.0%→2016년 20.2%→2017년 22.1%→2018년 26.2%→2019년 1∼7월 27.1%까지 대체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소비자물가와 달리 민간분야 성장세 둔화 우려가 본격화한 2018년부터 비율이 크게 올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하락 품목의 비율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으나, 비율이 상승 추세인 만큼 디플레이션 징후는 짙어지고 있다. 특히 성장세 약화는 환율이나 국제유가보다 저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3년부터 2016년 1분기 상황을 분석한 한은의 '2013년 이후 저인플레이션 지속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5∼6분기가량 지속했으나, 수입 물가 및 환율 지속성의 영향은 4분기, 국제유가는 3분기, 농산물은 2분기였다.

올해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만큼 수요 둔화에 따른 저물가는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락 품목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현상이 추세적으로 강해졌다는 의미"라며 "성장 전망도 어두운 데다 고령화에 소비인구도 줄어드는 만큼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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