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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대 갈까...미중 무역협상이 변수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펴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어려워진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해 연 1.00% 혹은 그 아래로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갈등 완화의 물꼬를 틀 경우 미국이 금리인하를 중단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협상의 전개 추이와 향후 대내외 여건이 금리 향방을 가르는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33%로 기준금리(연 1.50%)보다 0.17%포인트 낮았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한은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은이 다음 달 16일 내지 11월 2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1.50%에서 1.25%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 큰 이견이 없다. 경제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으며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돼 한은으로선 금리 동결을 고수할 명분이 줄었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기에 접어들었던 지난해 11월 한은의 금리 인상을 촉발했던 가계부채 증가도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내년에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할지 여부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연구원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과 최근 경제지표를 볼 때 올해 10월에 이어 내년 1분기도 인하가 이뤄져 기준금리가 연 1.0%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내년 들어 더 악화한다면 연 1.0%보다 더 낮은 0%대 기준금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내년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과거 저점인 연 1.25%에 도달한 이후 추가 금리인하를 놓고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하 속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연준이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앞다퉈 금리를 빠르게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시장금리가 갑자기 크게 하락했던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이후 '연준 금리인하가 보험성이 아닐 수 있다'란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최근 협상 재개 소식이 나오자 다시 보험성 인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시장금리도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협상에 성과가 있고 한일 무역갈등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한은이 내년 1분기 중 추가 인하를 할 것"이라며 "다만,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00%로 내리는 과정에서 금리 하한을 둘러싼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