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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물가에 금리인하…‘실효하한’논쟁 예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낮춘 것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대두하면서 금리 동결을 고수할 명분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펴면서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을 놓고 큰 이견이 없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하의 주된 배경은 성장세 둔화"라며 "올해 성장률이 2%도 힘들어 보이고 내년 역시 잠재성장률(한은 제시 기준 2.5∼2.6%)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2.2%는 한은이 지난 7월 경제전망 때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다.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해 1965년 통계 집계 후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 폭등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저물가 장기화 기대의 확산을 차단할 필요성이 커졌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려 한은으로선 정책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점으로 다시 내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하가 가능할지에 쏠릴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경제 불확실성이 교역과 투자를 가로막으며 실물경제 둔화세를 가속시키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는 점, 금리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추가 금리인하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에 도달하면서 실효하한 추정과 '가보지 않은 길'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의 이동은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며 "내년 1분기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그 이후 기준금리는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