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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쿠르드 공격중단 터키에 제재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접경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화하기로 했다면서 터키 공격에 대응해 부과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의 과제가 세계의 치안 유지는 아니라며 과거 미국의 '세계경찰' 입장과 선을 긋고 다른 나라들이 "공정한 몫"을 해야 한다고 주문, 고립주의·불개입주의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 아침 일찍 터키 정부는 시리아에서 그들의 전투와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리 행정부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나는 시리아 북동쪽 국경 지역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당초 공격 조치에 대응해 10월 14일 부과했던 모든 제재를 해제할 것을 재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며 터키의 향후 행보에 따라 제재를 다시 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을 통해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로부터 쿠르드 민병대를 철수시키고 터키-러시아 양국 군이 합동 순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재로 터키가 쿠르드족과의 '조건부 휴전'에 합의한 이후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사태는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재한 것을 강조하면서 "이것은 우리,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우리는 많은 쿠르드족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재앙적이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값비싼 군사 개입을 피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시 대응하겠다는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하고도 지키지 않았지만 자신은 시리아 응징 공약을 지켰다고도 했다.

또 오바마가 시리아 정권 교체를 추진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시리아에 여전히 미군이 있고 이 지역에서 50만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만명이 이주했다며 "악몽"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중동에서의 전쟁에 8조 달러를 썼지만 결코 이런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념이 아니라 경험과 역사, 현실적 이해에 의해 미국의 외교 정책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후 2조 5천억달러를 투자해 미군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군이 있어서는 안 되는 지역에서 싸우느라 미군 자원이 고갈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을 전투에 투입할 때 우리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에만, 그리고 분명한 목표와 승리를 위한 계획, 갈등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대의 과제는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나서서 그들의 공정한 몫을 해야 한다"며 "그것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약진은 그 방향으로의 중대한 걸음"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미국이 더는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며 불필요한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는 또 "우리는 석유를 확보했고, 따라서 소수의 미군이 석유를 보유한 지역에 남을 것"이라며 시리아 북부의 미군 철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전지대 일부에는 미군이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터키 국방부와 에너지부에 대한 제재 및 터키 내무·국방·에너지장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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