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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내주 방미, '지소미아 종료' 후폭풍 최소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가 성사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23일 0시)를 앞두고 미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의 불가피성'과 '이 결정은 한미관계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연일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며 파상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이후 한미관계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강 장관의 미국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한미관계에 여러 현안이 있어 미국 고위당국자들과 만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방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별도 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9월 말 유엔총회 계기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 두 장관이 배석했을 뿐이다.

강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장관이 당초 예정에 없던 미국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등이 방한해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을 촉구하더니, 이번 주에는 미국 군(軍) 수뇌부가 연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방한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 뒤 "우리는 (지소미아가) 종료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소미아의 근본 원칙은 한국과 일본이 어쩌면 역사적 차이를 뒤로하고 지역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에 뒀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지역에 던진 것"이라며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이날 한국에 도착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와 관련,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회의 때 미국 측 우려를 표시할 것이라며 이 논쟁은 북한과 중국을 돕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미 고위당국자들과 만나 한국의 입장을 거듭 설명하더라도 미국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출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우리도 민감한 군사정보를 일본과 교류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를 연계한 한국의 결정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지소미아를 북한과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를 자신들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으로 보고 있어 한미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일각에선 한미동맹 관리에 더 큰 비용이 필요해질 것이며, 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