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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구속영장 기각…"범죄혐의 소명, 구속 타당성은..."

법원이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27일 기각하면서도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을 굳이 구속할 필요는 없지만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감찰 무마 의혹의 윗선 및 공모 관계를 파헤치려는 검찰 수사에는 일정한 제약이 발생한 반면 후속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도 생긴 양상이다.

조 전 장관은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실리를, 검찰은 지난 8월 이후 4개월여간 진행돼 온 수사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 받는 명분을 각각 챙긴 셈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을 겨냥한 여러 갈래의 수사 중 검찰이 '구속영장 승부수'를 던진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판단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가족비리 의혹과 하명수사 의혹 등 다른 두 가지 사건의 수사도 중단 없이 이어갈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감찰 무마' 의혹 수사는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가 개시된 지 2개월 뒤인 지난 10월30일 본격화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대보건설 본사 등 4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는 등 2개월간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조 전 장관은 '정무적 판단'을 들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된 데 대한 형사적 책임을 부정해왔다. 법원은 이 사건의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봤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날 새벽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가 소명될 뿐 아니라 죄질이 나쁘다는 판단까지 내비친 것이다.

다만 권 부장판사는 "유재수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가 이뤄졌고, 조 전 장관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구속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수사가 많이 진행돼 있으므로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을 할 것으로 인정되지도 않는다고 권 부장판사는 덧붙였다.

일단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에는 일정한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구속 상태로 수사하면서 감찰 중단 결정에 영향을 준 윗선이나 공범이 있는지를 따져볼 예정이었지만 다소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제약이 있더라도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이 직권남용 범죄라는 점이 소명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후속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 탄탄하게 증거와 법리를 다지는 데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법원의 뜻을 수긍하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불구속기소 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로서는 법원의 이번 판단이 감찰무마 의혹 수사뿐 아니라 가족비리 의혹과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숱한 정치적 논란을 낳은 '조국 수사'가 정치권 일각의 주장처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려고 무리하게 추진한 수사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 법원 판단으로 인정된 셈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는 올해 안에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의 비위 첩보를 경찰에 넘겨주고 수사를 하게 함으로써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사건 역시 당시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조 전 장관과 관련을 맺는다.

다만 이 사건은 아직 초반 단계인 데다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는지 등으로 수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조 전 장관의 관련성을 따지는 수사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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