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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운에 항공·해운업계 우려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항공업계와 해운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악재에 올해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7일 항공·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미중 무역 전쟁과 '보이콧 저팬' 등 대내외 악재에 적자를 면치 못한 항공업계는 새해부터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 소식에 초긴장 상태다.

유류비가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실적 개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영업비용 3조1천651억원 중 27%에 달하는 8천546억원이 연료 유류비였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비 소모량은 약 3천30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3천300만 달러(한화 약 385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약 46억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와 유류 헤지 등으로 유가 상승에 대비하고 있어 당장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장기 침체를 겪은 만큼 올해 재도약을 꿈꾸던 해운업계 역시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중동 노선에 컨테이너선 8척, 유조선 3∼4척이 투입돼 있다. 당장 선박 운영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자칫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힐 경우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까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작년 6월 이 해협에서 일본 선사가 피격당할 당시 일시적으로 이 구간을 지나는 선박의 보험료가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보험료 추가 부담 등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선박의 운항 제재 등은 물론이고 전쟁 등의 상황 변화에 따라 적게는 2∼3배, 많게는 7∼8배까지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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