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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롯데마트 서울역점 '마스크 줄서기' 해보니…'석연찮네'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이 지속되면서 '마스크 줄서기'는 '남의 일'에서 '내 일'로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마스크 600매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9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당연하겠지만' 개점 1시간 전임에도 대기표를 받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 마스크 구매를 위해 개점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개점 15분 전부터 대기표를 배분했는데, 대기번호 마지막이 117번이었다. 이는 600매가 아닌 585매를 판매한다는 셈이다. 한 고객이 이유를 묻자 직원은 "어제 못 받은 사람에게 줬다"고 답했다. 전일 대기표를 받고 구매하려고 했으나 재고가 조기 소진돼 돌아갔던 고객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기표 배분이 끝나고 마스크 구매에 대한 안내가 있었지만, 수십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선 채 기다렸다. 개점 후 마스크 줄은 매장을 크게 한바퀴 돌아 마스크 매대 앞에 도착했다. 성인용 마스크는 매당 1400원에 5매까지, 어린이용 마스크는 매당 2500원에 10매까지 구매할 수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롯데마트 마스크
▲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우측 하단에 117번 대기표가 보인다. ©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성인용 마스크는 117번 대기표를 받은 고객까지 구매 후 판매가 종료됐다. 어린이용 마스크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 날은 예상 외로 여유가 있어보였다.

롯데마트 마스크
©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성인용 마스크 판매가 종료되고, 대기표를 받지 못했지만 '혹시나' 하고 줄을 섰던 이들은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때 한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스크 600매를 120명에게 판매해야 하는데, 왜 3명이 빠졌냐는 것이다. 그러자 직원은 마침 반품 들어온 것이 있다고 하며 고객 3명에게 마스크를 건넸다.

그 힘든 '마스크 줄서기'를 통해 구매한 다섯 장의 마스크를 반품하는 사람이 3명이나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 처음 대기표를 세 명을 뺀 117번까지만 배분하고 "어제 못 받은 사람에게 줬다"고 했던 직원의 말이 떠올랐던 것은 왜일까.

'마스크 줄서기'에 나섰던 고객들은 한결같이 '다섯 장 구하려고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하며 답답해했다. '주민센터에서 배분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제법 들렸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 '마스크 줄서기'가 끝난 후 텅 빈 매장 ©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고객들은 순식간에 흩어졌고, 텅 빈 매장은 코로나19의 여파를 실감하게 했다. 한 식품코너는 12시 가까이 되서야 첫 구매고객을 만날 수 있었고, 직원은 평소보다 많은 덤을 붙여주며 판매에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결국 석연찮은 마음으로 마트를 나왔다. 마스크 다섯 장을 못 사서가 아니다.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마스크 수급 관리 등 무엇 하나 개운한 것이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