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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감산 실패에 유가 30% 급락…"20달러 갈수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논의마저 틀어지자 국제유가가 9일 장중 한때 30% 넘게 폭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가격 인하 전쟁이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무산된 직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췄으며 최저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석유 가격 전쟁이 명백히 시작됐다"며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상황은 (미국 셰일산업을 겨냥했던) 2014년 가격 전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석유 업체 엑손의 중동 담당 선임고문을 지낸 미국 드래거먼 벤처스의 알리 크데리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020년 20달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57.50달러에서 35달러로, WTI 가격 전망을 배럴당 52.50달러에서 30달러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합의가 무산된 충격에 9일 오전 7시께(한국시간)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1.5% 낮은 31.02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2월 12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루 장중 낙폭으로는 걸프전 때의 1991년 1월 17일 이후 최대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이날 오후 1시 28분께 배럴당 27.34달러까지 떨어져 34%의 낙폭을 보였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감산이 원유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합의 실패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가격 전쟁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는 당장 내달부터 하루 1천만 배럴까지 산유량을 증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저유가 국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아람코는 이미 4월 아랍경질유 선적분의 공식판매가격(OSP)을 아시아에 대해선 6달러, 미국과 유럽에 대해선 각각 7달러와 8달러씩 하향 조정했다.

사우디 당국자는 이번 가격조정이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조처라면서 "필요하다면 산유량을 하루 1천200만 배럴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의 이번 원유 증산 결정은 러시아를 감산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원유 가격 전쟁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에 아람코 주가는 8일 장중 29.9리알까지 내려 작년 12월 상장 당시 공모가(32리알)를 처음으로 밑돌았다.

사우디 정부 당국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지난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차례 통화를 피한 뒤에 살만 국왕의 전화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감산 동참을 거부했다고 한다.

한편 천연가스 4월물 가격도 9일 한때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의 양) 당 1.61달러까지 내려 1998년 8월 27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시장분석업체 바이털날리지의 창업자 애덤 크리사풀리 등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보다 원유가 증시에 더 큰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이 계속 바닥을 뚫고 들어가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지속 가능하게 반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산성 악화로 각국 석유기업이 무너지면 금융기관 연쇄도산 등 심각한 파장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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