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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도 대응보다 상장사 장기 충격 완화방안 모색이 시급"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외국인의 '패닉 매도'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상장기업이 장기적 충격을 견뎌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코로나19의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국제유가의 급락이 동반되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산유국간 협상을 통해 진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주요국으로 확산된 코로나19가 조기에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중국에 이어 미국이 코로나19의 영향권에 접어든 것은 한국경제에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해당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만들어질 수 있겠으나 여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장기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은 감염병 확산이 국지적 양상을 띠었던 SARS나 MERS의 경우와는 다른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9% 이하로 조정할 계획을 언급한 바 있으며, OECD는 2.9%에서 2.4%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5%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안정화된다 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대외 충격에 의해 회복이 지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요국 지수 추이
▲ 주요국 지수 추이. 2020년 1월10일 지수종가를 100으로 표준화. 코로나19 관련 주요 타임라인은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및 위기경보단계 '주의'로 상향, 1월28일 위기경보단계 '경계'로 상향, 2월18일 31번 환자 확진, 2월21일 첫 사망자 발생, 2월24일 위기경보단계 '심각'으로 상향, 3월12일 WHO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자료=DataGuide, MSCI.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주가지수가 약 20% 하락한 것은 외국인 매도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주요국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에 주목했다. 초기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컸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가시화되고 국제유가 하락이 시작된 시점 이후의 하락폭은 비교적 작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 비율은 0.7을 하회하고 상장기업 수익성은 주요국 중 가장 낮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국증시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충격이 작아서가 아니라 주가가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연구위원은 패닉에 빠진 외국인의 매도로 인한 주가의 단기적 급락에 대응하는 것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취약한 국내 상장기업이 장기적 충격을 견뎌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