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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저소득층 339만원' 대신 '전국민 113만원' 현금 지급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의 하나로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씩의 현금을 내달 중 나눠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지난 7일 확정했던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을 수정 의결했다.

수정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입이 감소한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가구당 30만엔씩 나눠주도록 했던 애초 안을 폐기하고, 일률적으로 1인당 10만엔씩 지급하도록 했다.

지급 대상은 이달 27일 현재의 전체 주민기본대장(한국의 주민등록표) 등재자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3개월 이상 거주하는 등 재류 비자를 얻어 주민등록 신고를 마친 외국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주무부처인 총무성은 접수 시작일로부터 3개월 동안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지정된 계좌에 입금해 주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관할 지자체인 시구정촌(市区町村) 창구를 통한 오프라인 신청·수령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애초 일본의 전체 5천800만 가구 중 주민세 비과세 대상자 등 1천여만 저소득 가구로 한정해 30만엔씩을 주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안을 놓고 대상자 선정 기준이 복잡하다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1인당 10만엔 일률 지급'으로 정책을 변경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 사업의 전체규모는 기존의 108조2천억엔(약 1천222조원)에서 117조1천억엔(약 1천323조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이 가운데 현금 지급분이 포함된 세출 부담분은 25조6천914억엔(약 290조원)으로 원래 저소득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정했던 가구당 30만엔 지급안을 시행할 때와 비교해 약 8조8천857억엔(약 100조원) 늘어났다.

작년 10월 현재 일본 총인구(재일 외국인 포함)는 약 1억2천616만7천명이어서 1인당 10만엔을 지급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12조엔(약 135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특별 정액 급부금' 예산 항목으로 사무경비를 포함해 12조8천803억엔(약 145조원)이 반영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엔, 개인사업자에게는 최대 100만엔을 주기로 한 것 등은 종전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긴급 경제대책 사업 시행에 따른 세출 증가분 전액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거액의 현금을 나눠주는 이번 조치를 놓고 국가부채를 키우고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2025회계연도에 기초적 재정수지를 흑자로 바꾼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600조엔 수준이던 일본의 나랏빚은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 영향으로 2017년 1천조엔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일 관저에서 열린 정부·여당 간의 정책간담회에서 "하루속히 국민의 수중에 (10만엔씩) 지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을 담은 2020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심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일러야 5월 중에나 현금 지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예산안이 중·참의원(하·상원)에서 5월 1일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오는 27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