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랠리…국산 치료제는 언제 나올까

올 겨울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신속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로, 지난주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소식에 제조사인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렘데시비르 길리어드
▲ 사진: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하지만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임상 3상(Phase 3)에서 개발이 중단됐던 항바이러스제 후보 물질이다. 현재까지의 임상에서 70%에 가까운 경증 증상 개선율을 보였지만 부작용도 상당했다. 한 정보분석기업은 렘데시비르가 2년6개월 내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고, 정부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국내 업체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혈장 치료제, 이르면 하반기 출시…대량 생산 한계

현재 국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혈장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의 혈액에서 뽑은 혈장을 채취, 면역 단백질을 분획하는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코로나19 중증 폐렴환자 2명이 완치된 사례가 있으며, 개발 속도가 다른 종류의 치료제보다 빠르고 별다른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개월 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다량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치료제로 꼽힌다.

혈장 치료제 'GC5131A'를 개발하고 있는 녹십자랩셀은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클레오 파마슈티컬스(KLEO)와 협업해 클레오의 항체유도물질 'ARMs'를 활용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스맥의 자회사 다이노나는 혈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 항체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함에 따라, 혈장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제안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임상시험 절차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 중이다.

◆ 항체 치료제, 대량 생산 가능하지만 출시는 올해 넘길 듯

혈장 치료제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항체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최적화된 항체를 선별, 복제 또는 배양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 화학제제의 독성이나 부작용 우려도 없다. 다만 혈장 치료제에 비해 개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변이된 바이러스에게는 무력해질 수 있다.

셀트리온은 총 200억원을 투입해 내달부터 항체 치료제를 시험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7월 중 인체 임상시험 돌입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 셀트리온 연구진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과 코로나19 항체의약품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은 연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빠르면 내년 중으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과 국립보건연구원은 총 38개의 항체에서 중화능력을 확인하고, 이들 항체를 최종 항체 후보군으로 확정한 상황이다.

앱클론은 이중항체 플랫폼 'AM201'으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AM201은 주요 염증물질인 'IL-6'와 'TNF-α'를 억제해 코로나19가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저해할 수 있으며, 지난달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코로나19 결합 어피바디(Affibody, 최소단위 단백질) 중 20종을 우선 선별, 신규 이중항체 후보 물질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선별된 어피바디가 이중항체 형태가 아닌 단독으로 효과를 보일 경우, 수 개월씩 소요되는 항체치료제 세포주 개발 없이도 빠르면 한 달 안에 대량합성을 통한 임상제품 개발도 가능하다.

앱클론 코로나19 항체
▲ (왼쪽부터) 단클론항체, Affibody(어피바디), Affibody-fused 이중항체

유틸렉스는 면역항체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 신약 개발에 착수했으며, '4-1BB' 발현 림프구 활성화를 유도하는 항체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 렘데시비르보다 효능 뛰어난 항바이러스제 나올까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개발도 활발한 모습이다. 항바이러스제(antivirals)는 바이러스의 작용을 약화 또는 소멸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1차 치료제로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성분명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으로 잘 알려져 있는 콩코르디아(Concordia)의 말라리아 치료제인 플라크닐(Plaquenil)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애브비(Abbvie)의 에이즈(HIV)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kaletra, 성분명 lopinavir+ritonavir)와 플라크닐을 사용 중이다.

이달 말과 내달 말 임상 결과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렘데시비르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개발되던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유전물질 복제를 억제하는 핵산유사체다.

국내에서 현재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부광약품이다. 이 회사의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가장 먼저 임상시험계획(IND) 2상 승인을 받았다.

부광약품 레보비르 코로나19 치료제
▲ 부광약품 레보비르 캡슐 30mg.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약학정보원

지난달 부광약품은 레보비르가 시험관내 시험(in vitro)에서 코로나19 환자 검체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 중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를 보임을 확인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회사 측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구로병원 등 8개 병원에서 오는 8월까지 임상을 실시하며, 결과는 늦어도 9월 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형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는 국산 11호 신약으로 이미 허가받았기 때문에 임상 결과에 따라 빠른 상용화도 가능하다. 다만 지난달 중국에서의 세계 첫 임상시험에서 칼레트라의 효능이 입증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는 미지수다.

1상 임상을 마무리하며 7월 2상 임상을 추진하고 있는 이뮨메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의 'HzVSF'는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항바이러스제로, 지난달 초 서울대병원이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은바 있다. 총 7명의 중증 코로나19 환자 중 4명의 상태가 별도의 부작용 없이 호전되고 있다.

◆ 코로나19 치료제 유력 후보는 구충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요원해 보이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주춤해지는 듯 했지만, 예상 외의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코로나19 치료제는 여전히 관심사다.

이달 초 호주 모니쉬(Monash)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Biomedicine Discovery Institute)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된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죽인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버멕틴

다만 이는 세포 배양 실험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대웅그룹이 구충제 성분 물질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에 대해 7월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이 성분은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 대비 40배,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 대비 26배 높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대웅의 자회사인 대웅테라퓨틱스와 대웅제약은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도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장류 효능시험을 거쳐 7월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