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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가전 1위는 4년째 삼성인데…세계 1위는 LG?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세계 최대 생활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분기 실적으로는 세계를 통틀어 LG전자가 1위였다.

1일 시장조사 업체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전년동기 대비 1% 포인트 높은 20.9%를 차지하며,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생활가전 1위 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월풀(Whirlpool)은 16.3%로 2위, LG전자는 15.8%로 3위였다.

생활 가전은 TV를 제외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가스레인지, 오븐 등을 통칭하는 말로 '백색 가전'이라고도 한다. 트랙라인은 분기별로 주요 가전을 합산해 브랜드별 금액기준 점유율을 제공한다.

품목별로는 삼성전자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제품이 나란히 1분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냉장고는 1분기 25.2%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제품의 꾸준한 판매 호조로 전년동기 대비 2.9% 포인트 상승한 점유율로 16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상냉장·하냉동 구조로 상부 냉장실이 양쪽으로 열리는 방식의 대용량 냉장고인 '프렌치도어' 냉장고는 빌트인 느낌의 플랫 도어 디자인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며 3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세탁기는 1분기 점유율 21%로 7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세탁기는 주력 제품에 30분만에 세탁을 끝내주는 '수퍼 스피드'(SuperSpeed), 찌든 얼룩까지 깨끗하게 제거해주는 '부스트 스프레이'(BoostSpray) 기능을 적용해 빠르고 강력한 세탁을 구현한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세탁기와 세트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 건조기도 같은 1분기 점유율 19.9%로 7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실시한 '2019 생활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건조기는 평가대상 제품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을 받으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 상단에 쿡탑, 하단에 오븐을 탑재한 레인지는 점유율 18%, 전자레인지는 14%로 각각 2위에 올랐다.

◆ 1분기 생활가전 실적보니 세계 1위는 LG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총괄(DA) 매출은 4조65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TV사업을 전담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를 포함 총 4500억원이었다.

또한 월풀의 1분기 매출은 43억2500만달러(약 5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억6000만달러(약 3160억원)였다.

이러한 가운데 LG전자의 생활가전(H&A 사업본부) 부문은 5조4180억원의 매출과 75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월풀(6.0%) 대비 2배가 넘는 13.9%를 기록했다.

2016년만 하더라도 월풀과 LG전자의 생활가전 연매출은 각각 24조원과 17조원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LG전자는 2017년부터 영업이익에서는 월풀을 제쳤고, 연매출 규모도 지난해에는 월풀과의 격차를 2조원으로 좁혔다. 올 1분기에는 매출에서도 월풀보다 앞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매출이 줄었지만, 건강과 위생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시장에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 또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LG전자는 에어컨이 많이 팔리는 상반기 실적이 두드러지다가 하반기에 실적이 부진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여왔고, 월풀의 경우 연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효과로 하반기에 실적을 크게 늘려왔다.

◆ 국내에선 삼성과 대형 세탁기 대결, 유럽에선 아르첼릭과 특허 공방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날에 가정용으로는 국내 최대용량인 24kg급 세탁기를 선보이며 대형 세탁기 시장에서의 대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출시한 '그랑데 AI' 세탁기에 24kg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였고, LG전자는 인공지능 DD세탁기 'LG 트롬 세탁기 씽큐'를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외관 크기는 유지하면서 세탁 용량을 늘렸다.

LG전자는 지난 29일 경남 창원사업장 생산라인 모습을 공개하는 등 홍보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제품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인터텍(Intertek)이 시험한 결과 기존 LG 트롬 세탁기(모델명 F21VDT) 대비 10% 이상 옷감을 더 보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LG전자 세탁기
▲ LG전자 직원들이 29일 경남 창원사업장에서 'LG 트롬 세탁기 씽큐'(모델명 F24VDD)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한편, LG전자는 유럽시장 경쟁사인 터키의 아르첼릭(Arçelik A.S)과 특허 소송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9월 터키 코치그룹(Koc Group)의 계열사인 베코(Beko), 아르첼릭, 그룬디히(Grundig) 등 3개 회사를 상대로 양문형 냉장고 '도어(Door) 제빙'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아르첼릭 측은 올해 2월 LG전자 및 독일과 프랑스의 LG전자 자회사들을 상대로 세탁기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 29일에는 LG전자가 아르첼릭의 자회사인 베코(Beko)를 상대로 세탁기에 사용하는 스팀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독일 만하임(Mannheim)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업계에서 특허 소송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두 업체들의 공통된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