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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노리는 '한국판 뉴딜'…투자·일자리 효과 있을까

정부가 1일 기본 골격을 공개한 '한국판 뉴딜'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기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동력을 발굴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을 갖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인프라 투자를 선도해나가면 민간부문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에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총 31조3천억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과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한국판 뉴딜, 경제활력·성장률 제고에 기여"=1일 공개된 한국판 뉴딜은 7월 발표될 종합계획의 '예고편' 성격으로 한국판 뉴딜이 어떤 사업에서 어떻게 진행돼 어느 정도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성장을 뒷받침할지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양대 축으로 삼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사업들을 보면 한국판 뉴딜의 큰 방향만 감지할 수 있는 정도다.

먼저 디지털 뉴딜은 ▲ 데이터·네트워크·AI(인공지능) 등 'DNA' 생태계 강화 ▲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 교육·의료 등 비대면 산업 육성 ▲ 농어촌·공공장소·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등 4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제시됐다.

그린 뉴딜은 ▲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설정됐다.

이를 위한 '고용안전망 토대'를 갖추기 위해 ▲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 ▲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정 지원 ▲ 고용시장 신규 진입·전환 지원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2년 반 동안 총 31조3천억원의 재정을 투자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뉴딜에 13조4천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33만개를 만들고, 그린 뉴딜에 12조9천억원을 들여 일자리 13만3천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의 추진 목적은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디지털 일자리 등 지속 가능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성장동력을 만들며,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미래에 대비하는 선도적인 인프라 투자를 착실히 진행해 민간에서 추가적인 투자와 일자리로 확산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일부,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노인일자리와 비슷”=일각에선 디지털경제 관련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노인 일자리'와 비슷하게 '단시간 청년 IT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일자리를 통해 구축될 디지털 인프라 기반이 나중에 디지털 경제의 밑거름이 돼 미래 성장동력의 기반이 될 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추진 중인 사업 '재포장' 비판…정부 "사업규모 키우고 빠르게 추진"=이번에 공개된 개별 사업들 가운데 일부는 '재탕'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존에 추진해오던 정책을 '디지털', '뉴딜'로 포장해 다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례로 디지털 뉴딜 가운데 데이터 구축·개방·활용, 공공시설 와이파이 구축, 5G 국가망 확산, AI 인재 양성 등은 이미 추진 중이던 사업이다.

이에 대해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정부가 민간 섹터에서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부분에 지속해서 투자해오고 있었는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임팩트(효과)가 있을 걸로 생각되는 것, 공공부문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디지털화'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기회에 전국 초·중등학교에서 원격교육을 실시할 인프라를 정부가 국고 투자로 깔아주는 등 통상적인 상황에서 정부 재정으로 할 수 없던 일들을 국가가 선제적 투자로 앞당겨 진행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한국판뉴딜

▲5년 장기 프로젝트…끝까지 이행될지도 의문=2025년까지 총 76조원 수준의 투자를 진행할 '장기 프로젝트'가 국가적 어젠더로 살아남아 끝까지 이행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에 속하는 2020∼2022년을 1단계로, 다음 정부 임기에 속하는 2023∼2025년을 2단계로 설정해 각각 31조3천억원, 4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1단계 31조3천억원에 대해서는 연도별 사업 내용과 재정 소요, 일자리 창출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기간 재정 소요는 정부가 내주 국회에 제출할 3차 추경안(5조1천억원), 8월 말 제출할 2021년도 정부 예산안에 담길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 이후는 예산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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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경기부양 효과 있을 것" vs "당장 시급한데 올해 추진할 정책 역부족"=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이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보는 한편, 당장 경기 회복이 시급한 하반기에 눈에 띄는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당초 의도한 대로 민간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확장 재정이 필요한 시점에 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한국판 뉴딜이 확장재정을 넘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서, 기존 정책들을 디지털 관련, 환경 관련으로 단순히 묶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판 뉴딜 사업에 제시된 일자리를 보면 여전히 정부에서 (도맡아) 하는 느낌이 강한데 민간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들과 연결이 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각종 규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내용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에서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이전지출과 달리 정부가 직접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은 승수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지금 당장 숨넘어가는 데 너무 길게 본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좋은 정책들이지만 당장 올 하반기에 경기 부양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정책이 눈에 안 띈다"며 "내년부터 할 게 아니라 당장 하반기부터 추진해야 맞는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짠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