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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 중대형의 2.6배…규제 풍선효과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12·16 대책 이후 서울의 소형 아파트값이 중대형 아파트값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집값이 계속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출이 가능한 소형 아파트라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9일 연합뉴스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분석한 서울 구별·면적별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2천923만원으로 작년 12월보다 3.6%(101만원)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대형(85㎡ 초과) 아파트값이 1.4%(3천118만원→3천161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2.6배 상승한 것이다.

중소형(60∼85㎡) 아파트값 상승률 2.2%(2천856만원→2천920만원)와 비교해도 1.6배 높다.

기존에 강세를 보이던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이나 신흥 강세 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오름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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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기간인 5개월 사이 노원구의 소형 아파트값은 평균 6.8% 올랐고, 도봉구는 4.8%, 강북구는 8.3%씩 뛰어 서울 평균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성북구(6.6%)와 구로구(6.3%), 관악구(6.3%), 은평구(6.1%) 등도 6% 이상 상승했다.

은평구의 경우 소형 아파트가 6.1% 오르는 동안 중대형 아파트는 불과 1.0% 상승했고, 구로구는 소형이 6.3% 오를 때 중대형은 2.3% 오르는 데 그쳤다.

광진구(5.5%)나 서대문구(5.2%), 마포구(5.1%) 동대문구(5.1%) 등도 소형 아파트값이 5개월 새 5% 넘게 올랐다.

실제 거래 가격을 살펴보면 '노도강' 지역의 경우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아파트 전용 58㎡가 올해 1월 중순 6억원에 매매됐던 것이 지난달 20일 6억8천만원에 팔려 4개월 사이 8천만원(13.3%) 올랐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 41㎡는 1월 12층이 3억500만원에 팔렸고, 같은 층이 지난달에는 3억3천800만원에 거래돼 10.8%(3천300만원) 상승했다.

구로구 신도림동 미성아파트 52㎡는 1월 5억3천만원에서 3월 5억9천800만원으로 12.8%(6천800만원), 구로동 한신아파트 44㎡는 1월 3억4천600만원에서 4월 말 3억9천700만원으로 14.7%(5천100만원) 각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와 대출 규제로 고가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저렴하고 대출이 가능한 소형 아파트로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오래전 지은 재건축 아파트 중 소형이 많아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 매매가 가능하고,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는 임차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