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시승기] 결함 논란 아쉬우나 세계 시장서 가능성 엿보인 'GV80'

어떤 차나 결함은 있다. 제네시스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GV80'도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월 15일, '3.0 디젤' 모델부터 출시가 됐는데, '엔진 진동 논란'이 발생했다. 포탈의 'GV80 공식 동호회' 카페에는 차주의 한탄 섞인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고 이에 대한 많은 댓글들이 있다.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컵 홀더에 있는 물이 담긴 생수병이 제법 강도 높은 진동을 받으며 심하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고 차주는 한숨 소리를 낸다. 주행 거리 3000km 이후 증상이 나타났고 5000km를 넘은 이후부터는 증상이 잦아졌다고 한다. 이후 6000km를 넘기니, 발생 빈도가 심해졌다. 간헐적인 실내 떨림 이외에도 하드웨어적으로는 배터리 방전 문제가 있었다. 제조사 측은 GV80 디젤 모델과 관련한 해당 논란에 대해 최근 제네시스 고객들에게 공지문을 보냈다. "GV80 디젤 일부 차량에서 간헐적으로 진동 현상이 발생됐다"며 "조치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제조사 측은 해당 차량의 모델과 관련, 보증을 두배로 연장한 상태다.

해당 논란에 대한 제조사 측은 낮은 RPM에서 장기간 운행하면 엔진 내 카본의 누적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막히는 도로 구간에서 저속으로 오래 달릴 때 엔진 내 카본이 쌓이면서 떨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해당 논란은 디젤 차량에 국한된 것이다.

문제는 GV80가 제네시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고급 SUV인데, 이런 차에서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남으로 인한 브랜지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되는 부분이다. 현재 GV80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 판매를 앞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오는 8월에 내놓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면, 글로벌에서도 이미지 타격이 오게 된다.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가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 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볼륨을 늘려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승산을 봐야 한다. 많이 팔려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상황이고 잘 팔려야 한다.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시승차는 '3.5 가솔린 터보 AWD' 모델이었다. GV80는 대형 SUV이며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몸 담았던 BMW의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볼보 XC90', 아우디 'Q7' 등이 경쟁 차량을 거론된다. 상품성 면에서는 X5가 가장 큰 경쟁 차로 지목된다. GV80는 상품성이 좋아 나와 수입차도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GLE의 경우, '주행 보조 시스템'을 포함한 일부 편의사양이 국내 시장에 적용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X5의 경우는 '반자율주행'을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고 '통풍 시트'나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사양으로 넣었다. 다만, 가솔린 모델이 없는 점이 단점이다. XC90의 경우, 3가지 종류(디젤,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제공된다. 안전과 관련된 기능을 전 트림에 기본 탑재했다. '파일럿 어시스트'도 기본 장착됐다.

GV80는 잘 나온 차다. 겪어보니, 그러했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능하겠다"란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품질이 좋다고 국제 무대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제네시스의 국제 시장 안착에 관한 언급이 나올 때 이 같은 내용이 자주 들려진다.

외관을 둘러보며 걷다보면, 차체 크기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락 없는 대형 SUV의 기품이다. 전면에 서 보면, 압도적 느낌을 주고 있다. 다면, 후면에서 보면 차체가 낮게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형 SUV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측면에서는 포르쉐 차량에서 느낄 법한 SUV의 스포티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엔진 시동 시, 손을 올려놓고 누르는 형식의 '엔진 스타트 스톱'에서부터 프리미엄 감성을 전달한다. 수제 작업이 연상되는 스티어링 휠은 감성적 부분에서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입체적 계기판(12.3인치 3D 클러스터)과 무척 큰 센터 디스플레이(14.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제네시스 엠블럼을 선보이며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는 '크레스트 그릴' 디자인을 화면 전체를 통해 나타내 보여준다. 밤에는 노면에 큰 크기의 '로고 패턴 퍼들램프'를 비춰주며 운전자를 반겨주기도 한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실내는 깔끔하고 단순하게 구성됐다. 1열 컵 홀더 부근 조작부는 상승해 있는데, 현대차 '넥쏘' 실내가 연상됐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며 윈드쉴드가 운전자로부터 가깝다. 양옆 크기는 넓은 반면, 상하는 좁은 편이다. 가까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트의 고급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헤드레스트 윗부분에 각도를 더 줘, 뒷머리를 기댈 때 보다 편안하도록 설계된 부분은 '프리미엄의 섬세함'이라고 할 수 있다. 헤드레스트는 살짝 두꺼운 가죽 느낌이 나지만 또, 쑥 들어가 편안함을 준다. 등 부근은 공기 주머니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하단도 부위별로 잘 지지해준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도어 암레스트를 좀더 운전자가 팔꿈치를 두기 편하게 마감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 편안한 형식으로 만들지 못했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리얼 우드 장식, 다이얼 기어 조작 시 손에 닿는 부분, 볼륨 조절 장치, 버튼 등에서 소재의 고급감을 전달 받는다. 실내 램프에 새겨진 마름모 모양의 장식에서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성을 전하고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가 터치식 이나, 멀리 있어 만질 필요가 없고 메뉴 조작이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를 통해 이뤄지는데, 좀 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불편함이 있었다. 3열 공간은 180cm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머리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학생 정도까지의 연령대는 탑승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열 진입은 2열 시트 윗부분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접히고 밀어져 공간이 나온다. 3열을 세우고 접는 것 또한 자동 방식이다. 2열 발 공간이 좁은 것은 단점이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행감이다. 프리미엄 차이던, 무엇이던지 이는 매한가지이다. 비어만 사장은 국내 출시 행사장에서 이 차에 '제네시스 DNA'를 어떻게 녹여낼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실도로는 물론이고 북극권, 사막, 독일 '뉘르부르크링' 등에서 다양한 테스트가 이뤄졌다. 엔진형식은 'V6'이며 과급방식은 '트윈터보'이다. 마력과 토크가 각각 380hp와 54.0kg.m이다. 폭발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며 고속주행에서 속도감 체감이 쉽지 않다.

시승 차는 공차중량이 2175kg이나 되는 대형 차량이나, 주행에서는 큰 차 느낌이 아닌, 매우 날렵한 주행을 해 가는 SUV 차량으로 느껴진다. 측면의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 느낌이 그대로 현실로 이어진다.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는 "웅" 하는 엔진 소리가 들려오며 스포츠 모드에서 레드존을 살펴볼 때에는 "왕" 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육식동물의 포효 소리와 같은 엔진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수동 모드에서는 마치 음악 소리를 듣는 듯 했다. 브레이킹 감성은 에코에서는 부드러우며 컴포트에서는 좀 딱딱해지고 스포츠에선 둔탁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잘 알 수 없게 허리를 조여주며 스포츠 모드를 나와 컴포트로 변화되면 허리를 놔준다. 방음 부분에서도 프리미엄 감성을 전한다.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때문인데, 반대 위상의 음파를 쏴 각종 소음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차 시, 엔진을 끄는 장치가 이처럼 조용히 작동하는 차량은 처음이었다.

복합연비는 7.8km/L인데, 시승 과정에서 가장 높게 나온 수치는 11.5km/L였다. 'HDA(고속도로주행보조)' 장치를 시속 100km/h로 맞추둔 상황이었고 에어컨 풍량은 1칸을 주로 사용했으며 확인 당시 온도는 23.5도였다. 주행 모드(ECO, COMFORT, SPOTR CUSTOM)별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던 때는 8.3km/L가 표시됐다. 시승 차에는 265/40 R22 미쉐린 타이어(PRIMACY TOUR)와 스퍼터링 휠이 장착 돼 있었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계기판을 보니, 차선이 나타난 시승 차를 중심으로 차량 이미지 하나 하나가 돌아다녔다. "저게 뭔가" 싶었다. 차선마다 주행하고 있는 차량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차선 유지와 관련한 시각적 안내 부분에선, 차선 안에 있는 본인 차량의 차선 내에서의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다르며 차선 변경 상황에서도 차선을 넘어 다른 차선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반자율주행' 부분은 부족함이 있을리는 없었다. 스티어링 휠 미소지 시, 시각과 청각을 통해 경고음을 보내고 미소지 상황 지속 시에는 반자율 주행 관련 장치를 꺼버리고 차량을 감속시킨다. 이때 차선 유지 장치는 해제시키지 않는다. '차선유지보조' 장치는 에코 모드 상황에서 차선 접근 시, 빠르게 튕겨내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반자율주행을 하다 보면 계기판 오른편에 '고속도로 차로변경 보조'가 작동됐다는 표시가 뜨는데, 차선 변경을 자동으로 해준다는 것이나, 시승 과정에서 한번 수행을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분이 시종일관 이어졌다.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후륜구동 SUV'에 최적화 된 신규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도어, 후드, 테일게이트에 알루미늄 차체가 적용됐고 승객실 주변에 핫스탬핑 강판을 확대 적용했다. 주차 상황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증강현실(AR)을 보는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단순이 후방 상황, 더나아가 360도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서 진일보해 자신의 차가 주차 차선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실제화한 듯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운전석/동승석 어드밴스드 에어백 등 총 10개가 탑재 돼 있다.

제네시스는 새로운 차를 내놓으며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연말에는 'G70'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드는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함이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전략이기도 하다. 성장률과 수익률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시장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세상에 알린건 지난 2015년이었다. 이후,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GV80부터는 뭔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프리미엄 차는 '섬세함'에서 성공해야 한다. 이를 GV80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세계 시장에서의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