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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노사 충돌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노·사·공익위원 27명 전원이 참석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의 안건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최저임금 금액 문제를 제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금까지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할 여건이나 환경이 제대로 되지 않고 공전을 이뤘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 선 상황에서는 구분 적용을 할 수 있는 법 취지가 충분히 돼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차등 적용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절대적인 기준과 원칙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업종을 몇 개 집단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 심의를 거쳐 업종별 차등 적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적이 있지만, 이후 전 업종에 단일 임금을 적용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경영계는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업종별로 임금 지급 능력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에도 차등을 둬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박준식 위원장은 노사 양측이 이번 회의에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의 요구안을 놓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영계 내부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삭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은 최초 요구안으로 4.2% 삭감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양대 노총의 단일 요구안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19일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내놓자 한국노총은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한 인상안'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가 진통을 겪을 경우 최저임금 금액에 관한 논의는 다음 회의로 미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