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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입장문 앞두고 갑질논란 부른 관행과 시선

[재경일보=김미라 기자] 원로배우 이순재(85) 전 매니저 김모 씨가 이순재의 부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며 머슴처럼 일했다는 폭로 이후 갑질논란을 불러 일으킨 업계의 환경과 외부 시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 30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사적인 일을 시킨 건 잘못된 부분이니 인정하고 사과하겠지만 전날 보도는 과장된 편파 보도"라고 밝혔다.

이에 '갑질' 의혹을 제보한 전 매니저 김모씨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이순재 아내만의 문제겠지 싶어 이순재에게도 말했지만 '미안하다'라는 사과 대신 '지금까지 다른 매니저들도 다 했는데 왜 너만 유난을 떠느냐'라는 식으로 말해 기가 찼다"고 주장했다.

원로 배우와 일하면서 허드렛일이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4대 보험 미가입이나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막말 등은 요즘 세상에 누가 참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이번 논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편인데 업계와 비업계 간, 그리고 세대 간 시선 차이가 그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 이탈이 워낙 많은 업계이다 보니 4대 보험 같은 문제에서도 수습 기간으로 보는 3~6개월은 미가입이 관행이라는 반응이 작지 않다.

그러나 대중적인 시선, 특히 젊은 층에서는 업계와 무관하게 근로자는 노동과 관련된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관행', '열정페이' 같은 말로 노동을 부당하게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녹취록이 언급되고, 김 씨의 피해 사례가 구체적으로 열거되면서부터 대중의 공분은 더 커졌다.

앞서 김 씨는 이번 일을 폭로하면서 ▲ 수습사원이라며 4대 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은 것 ▲ 시간 외 근로수당 미지급 ▲ 이순재 가족의 허드렛일까지 담당 ▲ 이순재 부인의 막말과 폭언 등을 문제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스타와 매니저의 일상을 관찰하는 MBC TV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만 봐도 알 수 있듯 매니지먼트라는 특수 업무상 어느 정도 사적 생활 지원은 불가피하다고들 말한다.

30년 가까이 매니지먼트 업계에 종사해온 한 연예기획자는 1일 통화에서 "오래 활동해온 배우들은 1인 매니저 격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집안도 얽히고 개인 생활에도 얽히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관계에 대해서도 안이하게 생기는 경우가 많이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약속을 하지 않는 게 많은데, 스타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매니저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서로가 매니지먼트를 시작하기 전에 약속과 합의를 최대한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일방적인 해고나 이런 문제도 종종 대두하는 데 이런 부분에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순재 [연합뉴스

한편 이순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다음 달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입장문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소속사는 현재 후속 입장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밝힐 예정이다.

이순재는 1일 이번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자 소속사를 통해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남은 인생은 살아온 인생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소속사도 최초 보도가 과장된 면은 있지만, 노동청의 결정에 따라 모든 법률적 책임과 도의적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