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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렘데시비르 없으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상황은

미국이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 3개월치 물량을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CNN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9월말까지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가 생산하는 렘데시비르 물량의 92%를 구입했다. 7월 생산 예상량 전부를 매입한데 이어, 8월과 9월 생산량의 90%도 확보했다는 것이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임상 3상(Phase 3)에서 개발이 중단됐던 항바이러스제 후보 물질이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기간이 31% 단축됐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수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특례수입' 절차를 통해 렘데시비르를 국내에 들어와 지난 1일부터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4일까지 국내 14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코로나19 중증환자 19명에 대해 렘데시비르 투약을 완료했다.

이러한 가운데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국내 임상시험계획 승인현황을 보면, 현재 국내 제약사 다섯 곳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곳은 부광약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14일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 Clevudine)를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구로병원 등 8개 병원에서 내달 말까지 임상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늦어도 9월 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보비르는 B형간염 치료제로 국산 11호 신약이며, 시험관내 시험(in vitro)에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 중인 애브비(Abbvie)의 에이즈(HIV)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kaletra, 성분명 lopinavir+ritonavir)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치료제

부광약품에 이어 엔지켐생명과학은 5월12일 다른 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EC-18'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EC-18은 항암 화학 방사선요법이 유발하는 구강점막염(CRIOM), 항암 화학요법이 유발하는 호중구 감소증(CIN)과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던 신약후보 물질이다.

EC-18은 선천성 면역기능을 조절하여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해 코로나19의 사망률을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충북대병원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EC-18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신풍제약도 5월13일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피라맥스는 2011년 식약처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국내 자체 개발 말라리아 치료제로, 세포 실험에서 피라맥스의 주성분인 피로나리딘 인산염과 알테슈네이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등 의료기관 4곳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평가한다.

종근당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나섰으며, 6월17일 식약처로부터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나파벨탄의 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세포배양 실험에서 렘데시비르보다 높은 수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냈다. 임상은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진행된다. 종근당은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에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세린계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억제제인 '카모스타트'(Camostat)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카모스타트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확산하는데 필요한 프로테아제라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한다. 이 효소를 억제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

이번 임상 2상에서는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 1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카모스타트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다. A그룹(50명)에는 카모스타트를 7일간 투여하고, B그룹(50명)에는 위약을 7일간 투여해 비교한다. 임상 책임자는 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