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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국무부 부장관 방한…주목되는 '2박3일’ 행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박3일의 방한길에 오르면서 그의 한국 방문 기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부장관의 7∼10일 한·일 방문 일정을 전하며 북한의 FFVD에 대한 조율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퇴짜를 놓으며 대미압박을 높인 데 대해 FFVD라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목표를 명시, 재확인함으로써 대북 대화 재개에 대한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대북 압박 메시지도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영국 정부가 북한 강제노동수용소 관련 기관을 포함, 인권 유린을 자행한 개인과 기관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린데 대해 환영 입장을 표하며 인권을 고리로 대북 우회 압박에도 나섰다.

비건 부장관이 도착하는 7일(한국시간) 아침 북한은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비건

북미정상회담 의지가 없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비건 부장관의 방한길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찾는 것은 부장관 취임 후 처음이자, 지난해 12월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 신분으로 방문한 이래 약 7개월 만이다. 당시는 북한이 '성탄 선물'을 언급하며 고강도 도발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시기에 잇따라 한국을 찾은 셈이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간 간극이 재확인되면서 방한 기간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해 보인다.

그러나 비건 부장관이 지난달 29일 한 행사에서 북한에 외교의 문이 열려있다고 밝히는 등 협상 재개 의지를 내비쳐온 만큼 오는 8일 예정된 약식 브리핑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멈춰선 대화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한 유화적 입장을 발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FFVD 목표를 재차 거론하며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압박한 만큼, 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 수준에 맞출 유인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북한이 대화 거부 의사에 거듭 쐐기를 밝힌 가운데 판문점 접촉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방한의 목적이 추가 도발 억제 등을 통해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황관리 쪽에 무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와 관련, 한미 조율의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며 활로 모색에 나선 우리 정부와 미국 간에 교착 국면 타개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북미간 이견을 절충한 중재안 제시 등을 통해 적극적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대선 전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으나 우리 정부가 이에 적극적인 만큼 한미 간 의견 공유를 통해 미국 측 기류에 변화가 있게 될지 여부도 눈길을 끈다.

한미간 논의 주제에는 남북 협력을 통한 돌파구 마련 방안 및 북한과 일부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개선 방안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