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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코로나19 2차 대유행 ② 공항검역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함에 따라, 해외유입 감염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과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과 8일의 경우 해외유입 사례가 지역발생보다 많았다. 특히 8일 33명은 지난 4월5일 40명 이후 3개월여만에 가장 많은 규모였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대부분 검역 과정이나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과정에서 발견돼 지역발생 사례보다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기내 또는 입국 후 국내 이동 과정에서 주변과 지역사회에 노출될 수 있어, 감염 확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항공기가 개발되고 국제 교류가 급증하면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공항 검역 업무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감염병 역학조사관이 국내 코로나19 발생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항검역관은 최전방을 지키며 해외 유입 사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균자와의 접촉이 불가피한 검역관들은 누구보다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유행 당시 인천공항 검역관 4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김해공항 검역대
▲ 지난 1월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

◆ 공항검역관이라는 직업은

공항검역관은 검역 대상에 따라 동물 및 축산물 검역, 식물검역, 항공기 및 입출국자 검역원으로 나뉜다. 식물 및 동물검역관은 공항 내에서 입·출국하는 승객들의 휴대품을 대상으로 검역하는 일을 수행한다. 또 화물청사에서 대량으로 수출입 되는 물품이 통관되기 전, 계류장이나 검역장에서도 검역을 실시한다.

항공기 및 승객을 대상으로 검역하는 검역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누구보다도 분주한 상황이다. 이들은 일부 오염지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입국하는 승객 및 항공기에 대해 발열검사 등으로 전염병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또 출국여행객 중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업무도 한다.

공항 내에서 근무하는 검역관은 승객들의 휴대품을 검역하기 때문에 주말이나 야간과 관계없이 교대근무를 해야 하며, 꼼꼼함과 함께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선별진료소
▲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도착층의 선별진료소에서 런던발 항공기를 이용해 입국한 유증상자들이 검역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 두 달 넘게 비상근무…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중국에서 여행객들이 몰려오자,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선별진료 업무를 수행할 인력조차 부족했고, 검역관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선별진료 업무를 봐야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 1월20일 국내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이자 최초 해외유입 사례가 발견됐다. 검역대에서 이 확진자를 놓쳤다면 공항을 비롯해 국내에서 '슈퍼 전파'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지난해 말 WHO(세계보건기구)가 중국 우한시의 폐렴에 대해 경고한 이후, 국내에서는 인천공항에서의 검역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입국을 제한했던 대다수 나라들과 달리 특별 검역으로 대응했고, 검역관들은 최소 두 달 이상 하루도 쉬지 못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현재 검역관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모든 승객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받고, 1대1로 특별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군 병력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병원 등에서 지원 인력이 왔지만 업무량은 여전히 많고, 입국자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전세기
▲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검역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공항검역관이 되려면

동물 및 축산물 검역의 경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의 경우 국립식물검역소, 사람과 항공기 검역의 경우 국립검역소 소속이며, 우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근무할 수 있다.

동물 및 축산물 검역을 담당하는 국립수의과학검역관의 경우 수의사 면허가 필요하다.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의과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주관하는 수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해 합격해야 한다. 그 후 수의직공무원 시험을 통해 검역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

사람 및 항공기 검역관의 경우 특별한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지만, 보건 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보건직공무원 시험을 통해 입직할 수 있다. 국가직의 경우 만 18세 이상으로 전문대학이나 대학교에서 보건행정, 임상병리, 간호, 약학, 한약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보건행정 분야에 맞는 학위가 있어야 응시대상이 된다. 지방직의 경우에는 응시자격 없이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 할 수 있다.

식물검역의 경우 식물검역직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공개채용의 경우 2007년부터 농업직렬과 식물검역직렬, 축산직렬이 농업직렬로 통합돼 농업직 시험을 치러야 한다. 농학과, 원예학과, 산림자원학과 등의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이 분야는 특별채용이 실시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학문의 석사학위 취득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기도 한다. 특별채용의 경우 식물검역소의 식물검역직류 채용공고를 통해 입직할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공항검역관
▲ 지난 1월 검역 관계자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정부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의 진단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