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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홍콩보안법에 “보복 치를 것”...미국·영국에 보복 가시화

[재경일보=함선영 기자] 중국이 자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퇴출을 보이는 영국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도 중국의 보복이 예고됐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이 비즈니스와 기술의 문제를 고도로 정치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 모든 결정과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라면서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5세대(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내년부터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장비 구매를 중단하는 한편 2027년까지 통신망에 이미 사용한 화웨이 장비를 전면 제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화웨이 5G통신망 퇴출 밝히는 영국 문화장관 (런던 EPA=연합뉴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이 14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영국의 5G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도 오는 2027년까지 완전히 철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영국과 함께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보복을 시사했다.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전날 베이징에서 테리 브랜스태드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들여 미국의 홍콩 제재에 대해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이번 사안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시행을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과 제재 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발표하며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전방위 제재와 함께 홍콩 거주자를 위한 난민 수용 규모를 '재할당'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중국이 보복할 수 있는 카드는 다양하다.

우선 정치 회담을 취소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가 이후 1년간 이 같은 상황을 겪어야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 보복을 두고 스카치위스키와 재규어랜드로버 자동차, 금융기업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보복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

스카치위스키는 판매 물량의 20%를 중국에 수출하며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각각 전체 수입의 66%와 50%가량이 중국과 홍콩에서 나온다.

런던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연계나 특히 환경 친화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그린 본드'(green bonds) 발행도 어려워질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예측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류 샤오밍 주영 중국 대사는 "다른 기업들이 신뢰를 하고 (영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투자 제한을 경고했다.

영국에게 있어 중국은 미국과 EU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무역국으로 전체 무역량의 5%를 차지한다.

미국에 대한 제재도 예고됐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련 인원과 기관(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보복 카드는 무시할 수 없는 전례를 남긴 바 있다.

노르웨이는 중국의 반정부 인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 한 후 중국이 연어 수입을 중단하면서 타격을 입었고, 호주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촉구하자 중국이 쇠고기 수입을 끊어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화웨이 로고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