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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에 대규모 부양책 손잡은 유럽…이례적인 일

[재경일보=함선영 기자] 유럽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규모 부양책을 합의하고 위기 극복에 나서기로 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이 2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유례없는 대규모 부양책에 합의했다.

그동안 7천500억 유로(약 1천3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설치를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분열했던 EU 회원국들이 나흘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를 도출해 내면서 경제 회복뿐 아니라 향후 EU 통합과 결속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의는 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제회복기금을 둘러싼 대립은 물론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 수출 제한, 일방적인 역내 국경 통제 등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EU 위기론까지 제기된 가운데 극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맨 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등 EU 정상들이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자료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13만명 넘는 시민이 숨지고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전년 대비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금 합의에 실패한다면 EU와 유로존의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된 이번 기금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회원국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EU가 이 같은 대규모의 공동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합의는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남부 유럽 경제에 필수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EU가 어려움에 처한 회원국에 의미 있는 연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를 이루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EU 회원국 정상들도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하며 안도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유럽이 '행동하는 힘'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유럽의 여정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EU는 내부 결속의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신뢰의 효과가 돈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EU는 위기에서 채권을 발행했다. 향후 위기 때도 일부 공동 재정 대응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