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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용대출 두달 연속 2조원 급증…부동산대출 수요 몰렸나

지난 7월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이 2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 투자용 자금, 생계용 자금 마련 목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 썼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향후 신용대출 역시 조건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단 대출을 받아놓자는 불안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20조1천992억 원으로 전달보다 2조6천760억 원(2.28%)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 증가 폭은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됐던 3월에 전월(1조1천925억 원)의 두 배인 2조2천408억 원을 기록했다. 4월에는 4천975억 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다시 5월 1조689억 원, 6월 2조8천374억 원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주택 마련용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신용대출로 몰렸다는 관측이다.

7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2조8천230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3천672억 원 늘었다. 6월 증가 폭(8천461억 원)보다는 크지만, 4조 원대 증가 폭을 보였던 올해 3·4월, 1조8천억 원이 늘었던 5월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최근 주식시장도 강세를 보이면서 빚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도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47조 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 약 27조 원에 비해 약 70%가 늘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식으로 몰려간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결국 은행 예·적금을 깨거나 은행 빚 또는 증권사 빚(신용융자)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실업과 휴직 등으로 소득이 끊기거나 줄면서 은행 빚을 끌어와 생계자금으로 쓰는 상황에 몰린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반기부터는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전성을 우려한 은행들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리스크 평가를 강화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선제 관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