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한전 저유가 덕에 2분기 연속 흑자…전기요금 체계 개편 추진

한국전력이 저유가 덕에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력판매 수익은 부진했지만, 국제 연료 가격 하락으로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와 전력 구매비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분기 연속 흑자 행진으로 한숨 돌린 한전이지만 매번 실적이 국제유가에 따라 출렁이는 만큼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유가에 2분기 연속 흑자

13일 한국전력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천89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낸 것은 2017년(8천465억원) 이후 3년 만이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7년 4분기 -1천294억원을 기록하며 4년 6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한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도 전기판매량이 많은 3분기를 제외하면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다 올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상반기 실적이 개선된 것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 덕분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유가와 연동하는 연료비와 구매비를 아꼈다. 지난 4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월평균 유가는 배럴당 16달러대였고, 5월에는 28달러대, 6월에도 38달러대에 머물렀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소를 통해 사들여 되파는 구조다. 연료비는 유연탄, LNG 등 연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작년 상반기보다 1조4천억원 줄었다.

한전이 전력을 사들이는 도매가격 격인 전력시장가격(SMP)은 지난해 상반기 kWh당 98.6원에서 올해 상반기 78.2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민간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력량은 비슷했으나 구매 비용은 1조2천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력판매량이 2.9% 하락해 전기판매수익은 2천억원 줄었지만 구매 비용 절감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원전 이용률은 작년 상반기 79.3%에서 올해 상반기 77.6%로 소폭 하락했다.

한전은 이날 실적 발표 자료에서 이례적으로 "원전 이용률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유가로 인해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이는 한전 실적이 원전 이용률보다는 국제 연료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소위 '탈원전'으로 인해 한전이 적자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공사

▲연료비 연동제 도입하나

한전은 근본적인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체계 개편의 핵심인 연료비 연동제다.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을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하는 제도다.

연동제를 도입하면, 유가가 오를 때는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유가가 내려가면 요금이 인하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기에 도입하면 전기료는 내려간다. 소비자들도 유가를 예측하며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할 수 있다.

정부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 정부는 2011년에도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유가 상승기와 맞물려 도입을 미루다 2014년 결국 없던 일로 했다.

이번에도 섣불리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향후 전 세계 경기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살아나면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 전기요금이 뛸 수도 있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맞는데 당장 시행할지는 아직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