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신용대출 21개월 만에 ’역대 최대‘ …8월도 2조 이상 급증

국내 가계 신용대출 급증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신용대출 증가 폭은 이달에도 5대 주요 은행에서만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기조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등의 규제로 부동산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향후 신용대출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신용대출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1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1조4천8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에 비해 9영업일간 1조2천892억원이 늘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이달에도 2조원대의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대출

이들 은행의 수치만 놓고 본다면 신용대출은 이미 두달 연속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 6월 한달간 2조8천374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7월에도 2조6천760억원이 늘었다.

전체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천억원으로 전달보다 7조6천억원이 늘었다. 201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별 증가 폭이자, 7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신용대출 상당수는 주택관련 자금 수요로 추정된다.

한은은 지난 12일 "6·17 부동산 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의 매매대금, 지난달 늘어난 수도권 아파트 분양의 계약금, 최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중은행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정부 규제 등으로 대출 요건이 까다롭지만, 신용대출은 별다른 조건이 붙지 않고 금리도 지금은 매운 낮아졌기 때문에 신용대출로 수요가 많이 몰리는 것 같다"며 "비대면으로 손쉽게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도 일정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은행에 대출신청서를 쓸 때 자금 용도를 ▲ 주택구입 ▲ 전세자금반환용 ▲ 생계자금 ▲ 투자자금 등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돼 있지만, 일단 대출이 나가고 나면 은행에서 실제 용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 은행에서 7월 실제 집행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38∼2.85%에 불과하다. 일부 은행에선 담보가 있는 신용대출보다도 낮다.

여기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뿐만 아니라 향후 신용대출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용대출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도 이미 집을 사기 어려운 현실에서 신용대출마저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리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으려는 수요도 확인된다"고 전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신용대출 급증세는 차츰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은 건전성을 우려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