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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1% 대로 낮출 듯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예상 경제성장률을 기존 -0.2%에서 -1% 안팎으로 크게 낮출 전망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등의 시행으로 3·4분기 내수 소비 반등이 무산되면 성장률은 -2% 부근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조사국 등 실무부서는 오는 27일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 발표를 앞두고 하루에도 몇번씩 회의를 열어 최종 수치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은 기본 매뉴얼상 발표 예정일 6일 전까지 관련 각 팀의 보고서를 취합해 발표 하루 전까지 전망 모형과 전망치를 확정하는데, 최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어느 때보다 시나리오와 수치 결정에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수정 전망치는 기존(-0.2%)보다 낮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은 앞서 5월 29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로 예상했지만, 이후 지난달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GDP 성장률이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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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한은, 실제 상황보다 다소 낙관적으로 약 -1% 내놓을 듯"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의 수정 전망치를 –1% 안팎으로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 재확산 이슈가 터진 게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는 이를 반영한 전망 모델 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중립' 시나리오에서 -1%를 제시하고 '부정적' 시나리오에서 더 낮은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정 전망치 -0.8%(8월 11일·2차 유행 없는 시나리오)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한은의 다소 낙관적인 성향으로 미뤄 올해 성장률과 물가를 -0.8%와 0.3%, 내년 성장률과 물가를 3.5%, 1% 정도로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코로나19 상황 등을 반영하면 한은도 전망치를 대폭 낮춰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경우 금리동결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예상되는 것보다 다소 높여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 수준의 성장률은 지난 6일과 11일 LG경제연구원과 OECD가 각각 발표한 수정 전망치 -1%, -0.8%와 비슷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7월 말 기준 9개 해외투자은행(IB)의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0.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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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분기 소비 회복 안 되면 –2% 역성장

한은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이 -1% 선이라도 지키려면 3분기와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최소 각 1.8%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 즉, 성장률이 3, 4분기에 2% 가까이 반등하는 데 성공해야 그나마 역성장을 -1% 정도에서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수출과 소비인데, 일단 수출의 경우 아직 반등의 희망은 살아있다. 7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줄었지만, 4개월 만에 처음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4월(-25.5%), 5월(-23.6%), 6월(-10.9%)을 거쳐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문제는 내수 소비다. 한은의 2분기 GDP 성장률(속보치) 집계를 보면, 민간소비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 힘입어 내구재(승용차·가전제품 등) 위주로 1.4%(전분기 대비) 늘었다. 이런 소비 회복에 힘입어 전체 내수의 성장 기여도도 0.7%포인트로 1분기(-2.1%포인트)보다 크게 올랐다.

하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퍼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 소비 회복세가 3~4분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만약 소비 부진으로 3분기와 4분기의 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이 반등에 실패하고 모두 0%에 머무는 경우를 가정하면, 계산상 올해 연간 성장률은 -2.35%까지 떨어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대 역성장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까지 한은, 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현실적 수치는 지난 6월 OECD가 코로나19 2차 확산을 가정하고 내놓은 -2.5%이고, 지금 이미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