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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코로나19 2차 대유행 ⑦ 코로나 방역원

역대 최장기 장마 이후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전국 각지에서 확산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많은 이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흰 방역복과 무거운 소독기,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아닌 KF95 마스크로 무장한 채, 곳곳을 다니며 소독약을 뿌리는 코로나 방역원들이 있다. 방역 소독을 실시하는 방역원들의 모습은 코로나19 관련 소식의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방역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역학조사관(관련기사 보기) 뿐만 아니라 방역원들도 현장으로 출동, 해당 장소를 폐쇄하고 방역 소독을 실시한다.

◆ 덥고…무겁고…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 그 일대를 지나가는 것까지도 꺼림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방역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보다 이른바 '불볕 더위'다.

이들은 선별진료소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전신을 감싸는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있다. 통풍이 되는 재질이 아니다보니 냉풍기 바로 앞에 서 있어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2월과 같이 날이 추울 때도 방역복 안의 온도는 평균 40도를 웃돈다고 한다. 이에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사람을 쪄 죽이는 옷'이나 '1인 사우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방호복을 벗고 나서도 한동안 몸에 쌓인 열이 배출되지 않아 구토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고, 때때로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때도 있다고 한다. 레벨 D 방호복은 익숙한 경우 5분 정도에 착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10분에서 15분은 걸린다.

무게로 인한 피로와 통증도 견뎌야 한다. 레벨 D 방호복의 무게는 3~6kg에 이르고, 허리에 착용하는 양압 보조기로 인해 허리도 상당히 아프다고 한다.

그나마 레벨 D는 이동성과 착용자 편의 등을 감안한 가장 낮은 단계의 방호복이며, 단계가 올라갈 수록 부담도 커지게 된다.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착용하는 레벨 C의 경우 KF95 마스크 대신 1개 혹은 2개 부분으로 이뤄진 후드 형태의 생화학물질 저항 기능이 있는 수트로 얼굴부분을 가리고,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한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된 구역 등의 방역 시에는 이보다 높은 단계인 레벨 B 방호복을 착용한다. 간이 우주복에 자가 산소통, 압력이 가해지며 얼굴 전체를 막는 SCBA가 사용되며 공기 중 오염물질과 화학물질을 완전히 막는 수트를 필수로 한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정밀방역팀
▲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정밀방역팀이 실내 방역을 위해, 공기를 완전 차단하는 레벨 B 방역복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휴대용 분무소독기 무게도 가벼운 것이 3kg 정도다. 살포 면적이 넓어 연막 소독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무거운 것은 10kg이 넘는다.

보통은 2리터의 소독약이 들어있는 통을 메고 5kg 정도의 플루건을 통해 허리 높이 아래로, 45도 방향으로 소독약을 뿌린다. 20리터의 소독약이 들어가는 방역기를 짊어지고 방역 작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방역 작업을 10~20분만 해도 보호구 앞은 땀과 습기로 가득 차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육군 50사단 장병들
▲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방역 작업을 위해 방역기를 어깨에 메고 있다.

◆ 안심해선 안돼…마스크 착용이 최선

지금까지도 모두의 일상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한때 잠잠해지기도 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의료진들의 헌신과 함께, 매일 곳곳에서 펼친 방역 활동 덕분이었다.

방역기에 담긴 이산화염소 성분의 소독약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특히 국군화생방사 시설내부방역팀이 사용하는 과산화수소 이온 발생기는 우리 군이 보유한 최고의 방역 장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방역원들은 소독은 일시적인 것이므로 바이러스가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바이러스 전파는 주로 공기 중 비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곳에 바이러스가 있는 셈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확산의 틈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방역 활동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덜어주기는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 뉴욕대 로빈 거손 교수는 "마스크 착용이 우리를 최대한 지키는 방법이다"며 "마스크가 아닌 다른 방법들은 환상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임박함에 따라, 최고 방역 주체는 국민이며 최고 백신은 마스크 착용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서 모두가 지치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더위와 무게를 묵묵히 견디고 있는 방역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한국방역협회 서울특별시지회 방역봉사단원들
▲ 한국방역협회 서울특별시지회 방역봉사단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기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리가 승리한다'를 외치는 모습.

◆ 방역원이라는 직업은

방역원은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각종 전염병 발생과 관련 있는 병원성 미생물과 전염병 매개자인 위생해충을 방역하기 위한 전문적인 방역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현장 상황에 맞는 작업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감염병 확산을 예방한다.

특별한 자격은 없으며, 대부분 고졸이상의 학력이 요구된다. 채용 시 주로 운전 자격(증)을 요구하며, 본인 소유 차량을 통해 서비스 가능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자격증으로는 대한민국방역전문인협동조합에서 시행하는 민간자격 방역관리사 1·2급이 있다.

임금 수준은 대체로 높지 않으며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방역원의 임금은 하위 25%가 1858만원, 상위 25%는 3084만원이며 중위값은 2447만원이었다. 직업 만족도는 57.7%였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향후 5년간 고용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 법률(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 규모의 학교, 음식점, 병원, 공공기관 등은 의무적으로 소독 등 방역을 하도록 되어 있어, 방역분야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방역은 저자본 창업이 가능해 매년 신규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방역협회에 따르면, 방역 사업체는 2016년 기준으로 약 5700개, 고용규모는 3만명 이내였으며 매년 신규로 2000명 이상이 진입하고 있다.

대부분 5인 이하 사업장으로 매우 영세한 상황이지만,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비롯 향후 기후변화 등으로 새로운 질병이나 바이러스, 세균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방역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양질의 전문인력 배치와 서비스 질 제고, 사전예방 기술 개발 등 고부가가치 시장 개척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