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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3법, 국무회의 통과…내용과 재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대한 법류 제정안 등을 일컫는 '공정경제 3법'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상법 개정안은 ▲ 다중대표소송 도입 ▲ 감사위원 분리 선임 ▲ 감사 선임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 배당기준일 규정 개선 등이 골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 위반 과징금 2배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고, 그룹의 주요 위험요인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개 복합금융그룹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들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을 이달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BR>    이날 회의장 좌석에는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으며,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을 통해 회의에 참석했다.

◎ 재계가 우려하는 내용은?

재계는 공정거래 3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활동을 더 옥죄는 법안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일단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에 대해 회사가 투기자본에 휘둘릴 우려가 커졌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과거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처럼,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총수입스왑거래(TRS)로 공시 없이 지분을 매집해 경영위협을 가할 경우에 뾰족한 방어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2∼3대 주주나 해외투기자본들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 합병(M&A) 세력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해외 입법 사례와 충돌할 뿐만 아니라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이 늘어나게 된다.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진다.

재계는 "정부가 지주회사 만들라고 권장하더니 규제만 더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전국경제인엽합회는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이번 개정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 의결되자 바로 입장 낸 경총 "경제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경영자단체의 모임인 경총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간 거래 위축 등 기업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경제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에는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규제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중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들도 경제활성화에 한목소리를 내며 우려하는 입장을 냈다.

전경련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경제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기본 룰을 훼손하고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경제계 우려를 전달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에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공정경제 질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재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함께 논의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정·보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조항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지고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외부의 과도한 경영간섭에 취약해 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25

◎민주당 "공정경제 3법 입법을 완수해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공정경제 3법을 통해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정책조정회의에서 "세 가지 공정경제 법안은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등 잘못된 기업지배구조에 의한 거래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이들 법안의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