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금융당국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투자자들 “환영” 속 시장영향에 “의문”

금융위원회가 27일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전체 상장종목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5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년 3월 15일까지 연장된다.

상장사의 하루 자사주 매수주문 수량 한도를 완화한 조치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한도를 확대하는 조치도 연장된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안정 유지 목적에 따라 금융위 승인을 거쳐 자사주 1일 매수 주문량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 직접취득의 경우 취득신고 주식 수의 10%, 이사회 결의 전 30일간 일평균 거래량의 25% 등 제한이 있고, 신탁취득은 발행주식 총수의 1%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규정이다.

증권사의 과도한 신용융자 담보주식 반대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융자 담보 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한 조치의 적용 기간 역시 6개월 늘렸다.

금융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를 감안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금융위는 올해 3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폭락 장세가 이어지자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 투자자들, 환영 입장

개인 투자자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 건 투자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 추가로 유입되면서 상승장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는 여전히 개인 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서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 당국이 관련 제도를 개선해 안심하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평가하며 "수정·보완 여부에 따라 재개" 의견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연장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라 볼 수 있겠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적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향후 증시에 예상치 못했던 불확실성이 발생한다면 외국인 이탈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을 볼 때는 기업 가치로 설명해야 한다"며 "엄밀히 말해 이번 조치가 기업 가치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거래 재개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6개월 (금지 조치를) 연장한다고 하면 그때 가서 또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시장 분위기나 투자자들의 요구만 고려해서 연장할 게 아니라, 정책 당국이 먼저 재개의 기준을 마련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보는 개인투자자의 위상 변화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 회장 및 5개 증권사 대표들과 가진 증권업계 간담회를 통해 "공매도의 경우 정책당국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개인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를 우리 증시의 성장과 과실을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우리 증시는 글로벌 증시에 비해서도 회복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개인투자자가 기록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우리 증시를 든든하게 받쳐왔다"고 평가하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개인투자자 일명 '동학 개미 운동'의 위상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액 103조4천936억원 가운데 외국인의 거래액 비중은 62.8%, 기관 비중 36.1%로 집계됐으며 개인은 1.1%에 불과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