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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펀드에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 與 최고위원까지, 금융권에 족쇄 우려

주요 금융지주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 자금으로 조성될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 펀드에 적극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회장, 유상호 한국투자금융지주부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회장 등 10대 금융지주 회장이 자리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회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정지원 한국거래소이사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이사장 등 정책금융기관 대표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비대면 방식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 청와대로 모인 금융지주 회장들, 그리고 내놓은 추가적인 조치들

주요 금융지주들은 전략회의에 발맞춰 추가적인 기업 투자와 여신 지원 방안 등을 발표했다.

KB금융은 한국판 뉴딜의 10개 대표 과제 중 '그린 스마트 스쿨'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그린 리모델링' 등 8개 사업에 총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펀드인 '생활인프라 BTL 전문투자형 사모특별자산 투자신탁 2호(가칭)'를 4천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또 국민은행이 '서울춘천고속도로 차액보전방식 재구조화 사업'에 4천8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나아가 1천300억원 규모의 'KB신재생에너지 사모특별자산 투자신탁 2호'를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뉴딜금융지원위원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 사업에 5년간 총 10조원 자금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며 "이 외에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물품 사용을 늘리는 등 그룹의 친환경 녹색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그룹 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 참여 기업과 협업해 다음 달 중 소상공인을 위한 비대면 간편 신용대출을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뉴딜 부문에 1조4천억원, 그린 뉴딜 부문에 8조원 등 총 10조원을 직·간접 투자와 여신으로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여신 지원과 더불어 하나금융투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등 계열사에서 뉴딜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직·간접 투자에도 금융지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NH농협금융은 2025년까지 대출과 투자를 통해 총 13조8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스타트업 육성과 농업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 뉴딜' 분야에 1조2천억원, 농촌 태양광사업 등 '그린 뉴딜' 분야에 12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안전망 강화' 분야에서는 6천억원을 여신·투자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농협금융 계열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날 범농협 초기 운용자금 400억원을 확보해 'NH아문디 100년기업 그린코리아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기업 재무 요인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인을 분석해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보수 중 20%가 공익기금으로 적립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청와대 회의에서 "신한금융은 앞으로 뉴딜 관련 부문 대출과 투자를 통해 자금을 공급하고, 금융 디지털화를 가속해 국가적 인프라를 조성할 것"이라며 "나아가 금융과 다른 산업의 융·복합을 추진해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30년까지 KB금융 자체 탄소배출량을 25%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재 20조원 수준인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도 2030년까지 총 50조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책형 뉴딜펀드 체계도.

◆ 정부의 뉴딜펀드 발맞추고 충당금 더 확보해야하는 부담 떠앉은 금융권

금융기관은 엄연히 사기업이고 주주 이익을 대변해야하며 수익을 내야하는 사(私)기업이기에 공공기관과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정부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금융회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금융권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주요 금융지주사에 하반기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고 주문했다고 조선비즈가 이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했고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조5천억원(17.5%) 줄어든 6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경제성장 전망치가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확대한 것"으로 보았다.

금감원의 충당금 적립 주문이 은행들의 하반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 노동이사제 지지한 금융노조, 여당 최고위원에 위원장 임명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대표에게 임명권이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홍배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과 박성민 청년대변인을 임명했다.

두 최고위원 지명자는 당무위원회 인준을 거쳐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박 위원장의 최고위원 임명을 두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해 국민은행 노조의 19년만의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행보와 금융노조의 노동이사제 지지 움직임은 금융권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당대표 경선 공약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에 전면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자 금융노조가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노동이사제의 실현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기를,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국회에 바란다"며 지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노조 박홍배 위원장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