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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확장재정 펴는 국가들…이론 뒷받침해주는 현대통화이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확장 재정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확장 재정을 통해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경제 부양에 나서는 것이다.

과도한 부채가 급격한 물가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상식이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재정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 내년 미국 정부 부채, 처음으로 GDP 넘어설 듯

미 의회예산국(CBO)은 2일(현지시간)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2021 회계연도 연방정부 부채가 21조9천억달러로 미 GDP의 104.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회계연도의 미 정부 부채 비율은 98.2%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GDP를 초과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06%를 기록한 이후 7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이 많이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로 세입이 줄어든 것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진단검사 확충과 백신 연구개발, 각종 경기부양, 지방정부 원조 등으로 총 2조7천억달러를 썼으나, 2분기 세입은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이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가 국가채무 증가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미 정부 총부채는 20조5천억달러로 지난 3월 말 17조7천억달러와 비교해 석달만에 16% 급증했다. 반면 2분기 GDP는 9.5% 감소했다.

◆ 아베노믹스로 팽창 거듭한 일본 재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990년대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베 정권이 추진해온 핵심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추진해왔다.

일본의 국채발행 잔액은 2012년 말 932조엔에서 올해 말에는 1천182조엔으로 26.8% 많아지면서 GDP 비율로 따진 나랏빚(지방정부 포함)이 180%에서 207%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5년이나 미뤄 놓은 기초적 재정수지의 2025년도 흑자화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다음 세대에 많은 부채를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정권의 국채 발행이 늘어 주요 매입처인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잔액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취임한 시기인 2013년 3월 말의 128조엔에서 올해 3월말에는 499조엔으로 폭증했다.

일본 언론은 전체 국채 발행 잔액 중 일본은행 보유 비율이 같은 기간에 13%에서 44%로 상승해 일본은행이 재정을 지원하는 구도가 강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하는 새 일본 내각이 아베노믹스의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소수의 국가 대열에 미국도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 맨해튼정책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침체를 최소화하고 경제를 계속 띄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치솟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아무리 금리가 낮더라도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지출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명예학장은 "(코로나19를) 전쟁에 빗대는 것은 정확한 비유"라며 "우리는 외적이 아닌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고 지출 수준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후 화상 기자회견하는 미국 연준 의장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동결했다.
워싱턴 신화=연합뉴스

◆ 7월 선진 국가 부채, 전세계 GDP 128% 규모까지 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7월 현재 선진 경제 국가들의 부채가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128%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주요국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국가가 화폐를 계속 찍어내야 한다는 '현대통화이론'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힘을 받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국가가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해 재정적자를 확대하면 급격한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는 주류 경제학의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류 경제학은 정부가 대량으로 찍어낸 화폐는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6월 말 현재 국가부채가 20조5천300만달러(한화 2경3천760조원)로 지난해 말(17조 달러)보다 20% 이상 늘었다.

건국 이래 기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부채 증가율이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 10년 국채의 수익률은 1년 전만 해도 2% 수준이었지만, 최근 0.7%까지 하락했다.

또한 물가 상승률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꾸준하게 밑돌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통화이론 학자인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가 이자율 상승을 불러온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처럼 자국 통화로 표시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국가의 경우 재정 적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시장이 불안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의 정부는 채무로 인해 파산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국제 금값이 온스당 2천 달러 이상으로 급등한 것도 달러화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국가부채는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NYT는 국가부채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 경기부양 중심 통화정책 내놓은 연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물가가 2%를 넘어도 일정 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고 과열을 용인하겠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옮겨졌다.

물가 억제보다는 고용 지원 등 경기 부양으로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옮겨놓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실업률이 낮아져서 물가상승 전망이 나온다는 점을 근거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실제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에 다다를 것이란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움직이겠다는 의미라고 WSJ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