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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누가 되든 한국경제에는 '빨간불'…“한미 외교 더 복잡해질 것”

40여일을 앞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이 되든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8일 내놓은 '2020 美대선 공약 분석'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경제계는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전경련에 따르면 민주당은 새 무역 협정 체결시 자국 노동자 보호 조항을 기반으로 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공화당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공정거래법 제정을 약속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대표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등 보호무역주의가 민주당 공약에도 반영됐다.

양당 모두 무역 협정의 외연 확대보다는 미국의 경쟁력과 이익 제고를 최고 가치로 삼고,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해외부패방지법, 공정무역 등을 추진하는 방향성이 일치했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한국 경제가 겪은 자동차, 철강 관련 관세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비관세장벽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양당 모두 중국과 관련해 환율 조작, 불법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미국의 일자리와 투자가 중국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민주당은 2016년 정강에 명시했던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문구를 빼고 남중국해와 홍콩 이슈를 언급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대중 강경파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의존 단절'을 공약으로 내걸며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전경련 측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미국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통상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와 경제계의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은 2017년 촉발된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의 강화된 수입규제 조치로 직·간접 피해를 봤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작년 성장률 하락 폭이 0.4%포인트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양당이)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와 미중분쟁이 지속될 것은 자명하고 이는 한국경제에 적신호"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공화당 민주당 대통령 후보 대선

◆ "한미관계는 더 복잡해 질 것"

문민정부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한증주 전 외무장관은 이번 미국 대선과 관련해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한미 관계가 어려운 쪽으로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 장관은 "불행하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재선하는 경우 북핵이나 한국 방위 자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거래에 더는 정치적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재선의 발판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트럼프에게 한미동맹은 정치적 목표와 거래하는 '바게닝 칩'(Bargaining Chip·협상수단)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에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한미동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인 2016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장관은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에도 온건파였다"며 "앞으로 한국 안보에 대해 미국의 적극성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양당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정책에서는 양당이 입장차를 보였다. 공화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와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강조했던 2016년과는 달리 올해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원조는 지지하되 북한의 인권유린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40일 앞둔 미 대선, 바이든 지지율 트럼프보다 8~10% 앞서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보다 8%에서 10%까지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ABC 뉴스와 공동으로 지난 21∼24일 실시한 전국 등록 유권자 8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오차범위 ±3.5%)에서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53%의 지지율로 트럼프-마이크 펜스 후보(43%)를 10%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전했다.

바이든-해리스 후보는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likely voters) 대상 조사에서도 54%의 지지율로 트럼프-펜스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 22∼24일 전국의 유권자 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조사(오차범위 ±3.5%)에서 바이든 후보가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1%)보다 8%포인트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