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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산업은행과 손잡은 현대중공업에 기울까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및 자금 확보를 위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를 매각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실시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대한 예비입찰에 현대중공업그룹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숏리스트(최종 후보군)가 추려지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 가치 등을 따져보는 실사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8천억∼1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 업계, 산업은행 힘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성사 기대

업계는 건설공작기계 사업 규모 확장을 꾀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사업의 어려움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집중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랬던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빨리 마치고 싶은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FI)인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현대중공업그룹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공동인수를 제안하자 줄어든 부담에 힘입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여기에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를 책임지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예비입찰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중동시장에 판매한 굴착기 DX520LCA 모델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성사된다면

업계는 동종 기업인 현대건설기계를 계열사로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전 세계 건설기계 시장 규모가 24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국내 건설기계 1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사모펀드 등에 넘어갈 경우 국가 핵심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이 충분한 것도 긍정적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올해 6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2천242억원 수준이다. 현대건설기계도 8천억원 이상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이익의 60% 이상이 나오는 두산 밥캣이 이번 매물에서 빠지면서 세계 5위권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7~8위권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시장점유율 확대 등 시너지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두산인프라코어 매각하는 두산, 친환경 에너지그룹 전환 박차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서는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두산그룹의 3조원 규모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의 마지막 과제로 꼽힌다.

두산은 그룹 정상화를 위해 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 매각을 지난 21일 마무리 지었다.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1천850억원)를, ㈜두산은 두산솔루스[336370](6천986억원·대주주지분 포함)·모트롤BG(4천53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천억원)를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했다.

두산그룹의 자구안이 두산중공업은 1조3천억원의 유상증자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조원 규모 차입금 조기 상환이 가능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하면서 두산중공업과 그룹의 재무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될 경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재무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그룹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자산 유동화 정책으로 두산 자체 사업이 축소됐지만 남은 사업의 수익 전망이 밝아 자회사의 안정화 여부가 향후 주가의 관건"이라고 밝혔다.